을숙도
어린 시절을 거의 부산의 바닷가에서 보낸 길씨는 당시 국민학교 소풍으로 처음으로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인가 둘째 누나 매형과 통통배를 타고 갈대숲을 다녀왔고 대학 신입생시절 동기들과 놀러간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을숙도 하구언 대공사를 하게되면서 갈대숲을 누비던 많은 희귀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지금은 유원지 형태의 건조한 구조물이 중심이 된 도심 휴양 공간이 되어 버렸는데 좀더 보전관리를 잘했으면 세계적인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유원지 형태의 건조한 구조물이 중심이 된 도심 휴양 공간이 되어 버렸는데 좀더 보전관리를 잘했으면 세계적인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카방코델타는 칼리할리 사막의 거대한 습지대로 예전 한국의 을숙도처럼 갈대숲이 울창한 호수와 늪지대가 자리잡고 북쪽 초베공원까지 이어져 있다. 갈대와 연꽃의 줄기 같은 것이 길게 숲을 이룬 호수 곳곳을 Mocoro라고 하는 카누배를 타고 다닌다. 보통 한 카누에 가이드 포함 세 명이 타지만 길씨는 일행이 없어 가이드와 단둘이 카누에 올랐다. 이 투어의 가이드이자 뱃사공이 긴 장대로 호수 바닥을 밀어서 물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정취는 버마 인레호수를 떠오르게 한다.
호수 옆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나서 만사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가이드는 한 낮은 뜨거우니 낮잠부터 자라고 한다.
온 지 얼마 됐다고 일단 낮잠부터 때리고 오후 네 시가 넘어서 동물을 보러 가자며 초원으로 데려갔다. 초원을 걷다보며 블루비스트, 바분, 얼룩말등의 무리가 멀찌감치 보인다.
사실 야생동물을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남아공의 국립공원이나 탄자니아나 케냐의 사파리를 가보는 것이 훨씬 규모가 크고 다채로운 동물을 볼 수 있다.
오카방코델타의 포근하고 평화로움은 길씨에게 어릴 적 기억을 불러 오게 했다.
끝없이 이어진 갈대숲 따라 호수의 품속으로 스며드는, 어릴 적 엄마품을 한없이 갈구하는 어린 아이처럼 조그만 카누배를 타고 한없이 헤집고 다녔다.
호수 옆 초원의 맑은 하늘과 흰 구름, 고사한 나무와 식물들, 간혹 한두 그루의 바오밥 나무가 있어 깔끔하고 선명한 배경사진을 얻을 수는 있었다.
그렇게 호숫가 기나긴 밤을 어릴 적 을숙도의 기억과 그리움으로 지새웠다.
그다음 날 다시 초원 한바퀴를 돌며 서너 시간을 보내다 카누를 타고 원래 출발지로 돌아왔다. 카누를 타고 돌아가다 너무 한 것도 없고 본전 생각이 나서 델타의 맑은 물에 몸을 담고 수영하며 놀았다. 원래 출발지인 N32로 돌아와서도 픽업트럭을 한참 기다리다 마운의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굳이 일박이일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 지 모르겠다, 당일치기 투어도 있는데....
오카방코강의 의미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강이란 뜻이라네요. 강이 바다로 흐르지 않고 서쪽 사막으로 퍼져 증발해 버린답니다. 우리네 어릴 적 기억도 어느새 까마득히 잊혀지겠죠.
길씨는 이 투어가 가이드랑 단둘이만 움직이는 것이라고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개인 텐트는 물론이고 먹을 음식까지 챙겨가야한다. 가이드는 주변 나무를 모아 요리할 만한 화덕을 만들어 주는데 길씨는 급히 오느라 두 끼정도의 쌀과 라면만 가지고 왔다. 이 또한 길씨 혼자의 몫이 아니다. 요리를 끝내면 옆에 있는 가이드는 달랑 빵 한조각만 들고 있어 도저히 혼자만 먹을 수 없어 그나마 이등분해서 나눠 먹었다. 단체가 아니라 이렇게 개인 가이드 투어를 끝내고 팁을 어떻게 주어야할 지 고민하다가 그냥 백뿔라 줬는데 크게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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