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1일 일요일

마음의 평안 말라위 호수 Lake Malawi

20160203~20160209

Blantyre 블랜타이어 호텔의 보름간의 무위도식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와서 말라위 호수의 시작점 Monkey Bay몽키베이로 달려갔다.

말라위호수의 남녘에는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몽키베이고 다른 하나는 몽키베이보다 좀더 투어리스틱하고 아름답다는 Cape Maclear 케이프 맥클레이가 있다.
길씨는 지난 보름간의 늦장으로 몽키베이에 수요일에야 도착했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아침에 출항하는 Ilala Ferry 일랄라페리를 타기 위해 케이프 맥클레이는 가지 못하고 몽키베이에만 머물렀다.


사진속 Mufasa Lodge 무파사 롯지에서 이틀 간 캠핑했다.


근처에 일랄라페리 사무실이 있고 그 옆에 배를 타는 포구가 있다.


왜 몽키베이인지 알 수 있다.




숙소로 가는 길에 황혼에 물들어가는 Lake Malawi 말라위호수가 나타난다


하루 자고 동네 탐방중에 마음에 드는 가성비 레스토랑




호숫가 마을 길




우리네 어릴 적 비석치기랑 비슷한 놀이를 하는 꼬마들


요놈들 봐라, 마실 가는 길에서 소싸움을 하고 있네, 염소싸움


황혼녘 홀로 밭을 매는 농부


금요일 아침 일찍 일랄라 페리를 타러 갔다.


이름이 어째 쪔 날라리틱하다


배에서 내려 본 몽키베이





출항



호수가 아니라 망망대해


갑판 맥주바, 여기서 이 배 선장과의 썰전을 벌인다.
내용인즉
길씨는 여태까지 해왔듯이 가장 값이 싼 삼등칸 표를 샀다. 아마존에서도 배 갑판에 모기장만 치고 사오일을 지낸 적이 있고 하루정도는 밤하늘 별들을 벗삼아 잠들고 싶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갑판바에 올라가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있는데 페리 승무원 한 명이 오더니 점심을 주문을 하라고 해서 별로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좀 지나서 또 다른 승무원이 오더니 티켓을 보자고 했다. 표를 보여주니 삼등칸이라고 배의 제일 아래로 내려가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삼등칸에 큰 배낭을 두고 다시 갑판으로 올라와 한없이 맑은 말라위 호수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표검사를 했던 승무원이 다시 오더니 삼등칸 승객은 갑판에 있을 수 없다고 바로 내려가라고 한다. 배의 갑판은 누구라도 있을 수 있는 곳인데 삼등칸 승객이라고 내려가라는 게 이해가 안되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싶어 물어봐도 삼등칸만 강조하고 막무가내로 내쫓으려 했다.
이건 완전히 길씨를 무시하겠다는 의미인데, 같이 탄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은 일등석 캐빈 티켓을 사서 왔는데 길씨만 제일 싼 표를 산데다 아까 배의 레스토랑에서 하는 점심을 안 시켰더니 승무원들끼리 길씨를 무시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다시 또 내려가라고 한마디를 던지자마자 길씨 또한 이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없었다. 전에 이 배에 대한 블로그를 봤을 때 갑판위에서 텐트치고 자는 여행자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고 지금까지 타본 어떤 배에서도 태풍이나 비상시가 아니고는 갑판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선장불러라`
이럴 땐 대차게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삼등칸 승객은 갑판에 왜 못 있는 지 선장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하자 조타실에 있던 선장을 데리고 왔다. 왜 삼등칸 승객은 여기 있을 수가 없냐고 물어보고 그런 규정이 있으면 문서로 보여달라고 했다. 선장은 사무장을 시켜 책자 하나를 가져왔는데 배의 룰이 적힌 것이아니라 구간별 배삯이 적혀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길씨가 산 표가 제일 싼 삼등칸이라는 말만 계속했다.
길씨는 그동안 전세계 수많은 배를 타고 여행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하자 또 다시 가격표를 보여주며 제일 싼 표라는 것만 강조했다.
이 기싸움을 온전하게 길씨의 승리로 이끌려면 뭔가 시각적인 자료가 필요했다. 길씨는 태블릿에서 이 홈페이지를 열어 보여주며 도메인 이름인 actourist의 앞의 두 영문 ac가 아시안 투어리스트 그룹이라고 말하고 신문 방송 등에 길씨의 여행이야기를 연재하며 이 페리도 곧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씨의 뻥이 효과가 있었는 지 선장이 곧바로 마이프랜드라 부르며 얼마든지 갑판에 있어도 된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광속으로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마이프랜드라고 바꿔 부를 수 있는 지 존경스럽다.

어느듯 호수 아래로 해가 떨어지고 맥주에 취기가 오르면서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혼자 갑판바에서 비싼 맥주만 마시고 밤을 지새느니 난생 처음으로 일등석 캐빈에 자고 싶픈 마음이 들었다. 일등석 캐빈이 35,000콰차, 이틀 자면 일박에 24달라 정도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페리의 싱글룸에서 자보겠는가? 다시 선장을 불렀다.


일등석 캐빈으로 옮겼다, 선장 바로 옆방

그 이후로 배의 모든 승무원들이 길씨를 만나면 `미스타리 마이프랜드`라고 부르며 엄청 친한척 했다.



지금까지 타봤던 배중에서 제일 호사롭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드넓은 말라위 호수 위에 아래의 회오리 같은 것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 신기한 자연현상은 무엇일까요?

용오름이나 토네이도라고 생각했던 것이 날파리의 거대한 무리였다. 현지말로 음쿵쿠라고 부르고 수억마리의 하루살이 비슷한 날파리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아 올라간다. 확실하지 않지만 교미를 위한 짝을 찾는 행위라고 한다. 더욱 재미난 것은 현지인들은 저것들을 잡아서 시마(현지주식)에 비벼먹기도 한다. 아마 맑은 호수에서 사는 것이라 먹어도 몸에 해롭지는 않은가보다.


중간중간에 목적지 근처에 정박하면 작은 배로 옮겨타고 하선하는 승객들


돼지를 배로 옮겨 싣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잠비크 사이드 Likoma 리코마 섬 근처에 정박


섬구경하러 작은 배를 타고 리코마섬에 들렀다.






평화로운 섬마을


배로 돌아와 밤늦게 최종 목적지 Nkhata Bay 은카타베이에 도착했다.
배에서 하루 더 자고



다음 날 아침 하선했다.

포구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Mayoka Lodge 마요카롯지에서 무료 픽업서비스를 제공한다.






은카타베이의 유명숙소 마요카빌리지
언제든지 코앞에 호수로 뛰어들어 수영을 할 수 있고 무료로 카누를 빌려 탈 수 있다.



친환경 화장실과 나무를 땔감으로 목욕물을 데운다.


다음날 마실탐방


은카타베이 초입의 광고판


마을의 어느 집


길씨가 좋아하는 로칼식당






녹슨 간판 은카타베이 포구의 항구마을



매주 화요일 마요카롯지에서 제공하는 무료 보트투어





나무가지에 작은 생선을 끼워 호수에 던지면 멀리서 새가 날아와 채간다.





동네 꼬맹이들과 로칼 게임도 하고



배구세트까지 설치해서 무료투어임에도 불구하고 가이드가 최선을 다해 같이 놀아준다.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면


저 중에 하나가 길씨의 멋드러진 방갈로


호수 저편으로 해가 지고

다음날 화창한 호수



내 마음의 호수 말라위 호수




비용

~ 블랜타이어에서 몽키베이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손웰라터미날에 갔더니 버스는 안보이고 성가신 삐끼만 달라붙어 시장 근처에 있는 다른 버스터미날에서 250콰차에 미니버스를 타고 인근도시 Limbe 림베에 갔다. 버스차장에게 미리 몽키베이로 간다고하면 버스타는 곳에 내려준다. 거기서 4,500콰차에 몽키베이행 버스를 탔다. 말라위의 미니버스는 처음에 목적지가 말하면 거의다 그곳으로 간다고 하고는 중간에 다른 정류소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고 짐을 내린다. 다행히 차비는 처음 한 번만 받고 다음 버스로 연계시켜 준다. 버스타기 전에 조수석 창에 목적지를 확인하고 심지어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가냐고 물어보고 탔지만 결국은 중간에 두 번을 갈아타서 몽키베이에 도착했다. 이후로 말라위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바로 한방에 가는 것은 기대도 안했다. 아마 자기들끼리 버스구역이 정해져 있는데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조건 간다고 말한다.
몽키베이에 내려 케이프 맥클레이로 가려면 다시 오토바이나 승합차를 쉐어해야한다. 비용은 1,000에서 3,000콰차 정도 달라고 한다.

~ 일랄라페리는 매주 금요일 아침 8시에 출발한다. 몽키베이에서 은카타베이까지의 가격은 삼등석 8,500콰차에서 일등석 캐빈 35,000콰차까지 다양하게 있다. 배를 타면 다음날 늦게 은카타베이에 도착하는데 캐빈 승객의 경우 하선할 필요가 없고 하루 더 자고 항구에 내리면 마요카롯지의 픽업차가 대기하고 있다.

~ 몽키베이 무파사롯지는 일박 캠핑비 2,500콰차 도미토리 4,000콰차.

~ 은타카베이의 숙소

시설과 주변 환경이 제일 좋은 마요카롯지는 제일 싼 도미토리가 일박에 무려 12달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비수기인 경우 매니져와 잘 협상하면 하루 5달라 정도에 멋진 방갈로에 머물 수 있다. 마요카 바로 옆의 Butterfly Lodge 버트플라이의 경우 도미토리 3,000콰차 캠핑장 1,500콰차로 저렴하다. 위의 두 곳은 항구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가려면 30분이상 걸린다. 항구 근처 로칼 숙소는 싱글룸이 4,000콰차 이하로 비교적 저렴하다.

~ 은타카베이에서 Mzuzu 음주주까지는 쉐어택시를 이용하는데 미니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다. 비용은 일인당 1,300콰차 지불했다.

2016년 2월 환율        1달라 = 740콰차

여행에 지치다 Long trip makes me tired in Blantyre

20160121~20160203

Blantyre 블랜타이어의 Big Brothers Lodge 빅브러더스 호텔에서 먹고 자고 싸는 것만으로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모잠비크부터 국경을 넘어 블랜타이어까지 지난한 일들을 겪어서인지 빅브러더스 호텔에 둥지를 치고 자다깨다 몇 번 했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가버렸다.
첫날은 온종일 잠만 잤고 둘쨋날은 잠이 덜 깨서 자고 그 다음날은 너무 잤더니 허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자고 또 그 다음은 자던 타성에 젖어, 자고 또 자고 일주일을 내리 잤다.

아래 사진의 호텔 구조를 보면 위층 발코니가 식당이라 하루 한 끼는 여기서 저렴한 로칼 정식이 1,200콰차(한화 이천원) 정도로 해결이 된다. 그리고 아래층 왼쪽 도로변에 보이는 Krazy 치킨은 이 도시에서 젤 유명한 치킨앤칩스 레스토랑이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저렴한 자체 식당과 같은 건물에 맛있는 치킨집이 있는 이런 천혜의 조건에서 어떻게 무위도식을 안 할 수 있겠는가?


빅브러스 건물 전경


일반적인 로칼정식, 먹기전에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꼭 먹고 나서 찍는다.

왼쪽 하얀 것이 여기서는 시마라고 하고 탄자니아 위로부터는 우갈리라고 부른다. 옥수수 가루를 쪄서 백설기처럼 만들었다. 아무 맛이 안나는 맨밥과 같은 기본 주식이고 주메뉴 치킨과 볶음 채소 양념소스와 더불어 먹는다. 파란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물은 마시는 게 아니라 인도식으로 손을 씻는 물이다.

일주일 동안 건물 바깥으로 두 번 나갔나보다, 한 번은 바로 앞 건물에 남아공항공 사무실이 있어 브라질에서 왕복표로 사온 항공권 리턴티켓이 환불이 되는 지 알아보러 나갔고 그 옆 건물이 TNM통신이라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유심칩을 사러간 게 지난 칠일동안의 길씨의 행적이다.

어느 통신사든 심카드를 사서 충전하면 말라위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길씨의 경우 건물 바로 앞에 있는 말라위 통신사 중의 하나인 TNM 블랜타이어 본점에 갔는데 아주 친절하게 전화기 세팅까지 다 해주었다. 각 나라마다 충전방식이나 인터넷 사용법이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아래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 직접 충전하는 방법은 #

 1 통신사 유심카드를 사서 본인의 스마트폰에 넣고 전원을 켜서 안테나 신호가 잡히면 일단은 현지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지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충전한만큼 사용한다. 심카드는 1달라 이내의 가격이고 수신이나 통화만 할 생각이면 조금씩 충천해서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충전을 한후 인터넷 번들을 신청해야 한다. 충전은 아래 사진에 있는 금액이 찍힌 에어타임 스크래치카드를 사면 된다. 에어타임 카드는 휴일에도 길거리 가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길씨의 경우 4기가의 인터넷 번들을 사용하려고 6,500콰차의 에어타임 카드를 사서 심카드에 충전했다. 충전한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인터넷 번들을 신청하면 유효기간 한 달안에 4기가 조금 넘게 인터넷 데이타를 쓸 수 있다.


위의 에어타임 스크래치카드는 100콰차부터 2,000콰차까지 다양하게 있다. 카드에 뒷면에 충전 방법이 있다. 직접하려면 본인의 전화기로 위의 카드에 설명된 순서대로 코드를 눌러 충전할 수 있다. 500콰차 에어타임 카드를 복권처럼 스크래치하면 위의 열여섯자리 숫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111*열여섯자리번호#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카드 액수만큼 충전이 된다. 총 6,500콰차를 충전하고 아래 사진의 인터넷 번들중에 4GB 코드번호 *200*14#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4기가 데이타가 세팅된다.


길씨는 총 6,500콰차를 에어타임 스크래치 카드로 충전하고 4기가를 선택하니 충전금액에서 4기가 데이타 사용료 6,400콰차가 빠져나가고 100콰차가 전화 수신이나 통화용으로 남았다.

~ 위 과정이 어려우면 평일에는 시내 어디서나 통신사 사무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으니 찾아가서 부탁하면 된다.
~ 각자의 스마트폰에 따라 통신사 주파수가 달라 사용이 안되는 폰이 있으니 일단 가장 작은 단위로 충전해서 통수신 안테나가 나오나 확인해봐야 한다. 안테나가 잡혀도 폰 설정에 따라 인터넷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네트워크 설정에 들어가서 액세스포인트의 이름을 tnm으로 바꾸고 APN을 internet으로 설정하니 길씨의 경우 데이타 수발신 표시가 폰 상단에 나타나며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말라위는 3G 정도의 속도이거나 그 이하로 도심에서 멀어지면 잘 끊어지기까지 한다.
~ 사용량을 확인하려면 TNM의 경우 #123#을 누르면 알 수 있다.

이제 방에서도 인터넷이 되고 슬슬 마실이나 나갈까하고 동네한바쿠하다가 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사왔다. 길씨가 제일 좋아하는 정어리캔, 스파게티면, 달걀, 그리고 기본 소스들 이것만 있으면 스파게티 정도는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중남미에서 부터 즐겨 먹는 정어리캔
매운 고추와 토마토가 들어 있는 두 종류, 찌게부터 각종 요리에 유용하다.



길씨의 요리도구, 전기포트와 2구짜리 코펠 그리고 컵
인도산 매직전기포트(?)로 웬만한 요리는 다 할 수 있다.

일주일을 방콕하다 아예 방안에서 요리까지 시작했다.

그래 여행 뭐 있나? 방구석에 뒹굴어도 여행이다. 실제 미시적 관점으로 각자의 방안을 정밀하게 탐구해보면 여태까지 몰라던 것이 많이 보인다. 책상이나 침대 밑 방모서리 등등 잘 살펴보면 조그마한 생물들이 거기서도 그들 나름대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늘 그자리 똑 같은 정물처럼 보이던 것도 시간에 따라 달라보이기도 한다.




우리돈으로 만원 정도의 싱글룸, 샤워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배낭을 메고 한국을 떠나 세계를 떠돈 지 이번 여행만 계산해봐도 거의 삼 년이 다되어 간다. 2003년 첫 번째 세계일주를 시작했을 때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그때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한 곳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랬던 길씨가 요즘은 배낭을 풀어 버리면 기본이 일주일이다. 그리고나면 떠날 때 다시 배낭을 싸기는 더 힘들어 진다.
배낭족 격언에 `머물면 떠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길씨가 딱 그런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좋게 말하면 여행의 패턴이 바꿘 것이고 그게 아니면 여행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그럼 대체 이 여행의 정체성은 무어라 말인가? 호텔방을 나왔다. 마트에 들러 맥주며 싸구려 로칼럼을 종류별로 사와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마시기 시작했다.

알콜의 힘을 빌어 지나간 나날을 복기해보았다. 첫 번째 세계 일주를 시작했을 때, 그때도 이미 우리나이로 마흔이 된 늦깎기 배낭족이었고 나이 들어 하는 심기일전의 여행이라 퇴폐향략적인 유흥여행은 절대 삼가하고 배낭여행의 기본정신에 충실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언어소통인 영어가 완전 젬병이라 여행내내 하루하루가 다음 날을 준비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첫 번째 유럽여행을 끝내고 겁도 없이 동아프리카로 넘어왔는데 한국어로 된 여행책자는 없고 지금처럼 인터넷 여행 블로그가 활성화 되지 않아서 그나마 정보라도 얻으려면 밤새 영문 가이드북을 번역해서 다음날을 대비하기에 바빴다. 그러니 언제 지긋이 한곳에 머물며 고독을 사치로 즐길 수가 있겠는가? 매일매일이 낯선 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어쨌든 나라마다 유명하다는 관광지의 국민코스는 찍고다녔고 빡빡한 일정대로 짜여진 투어를 통해 엄청난 자연의 위대함을 맛보았다. 그런 식의 여행이 대륙을 이동하면서 계속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웬만한 유적이나 어메이징한 자연현상을 봐도 별 감흥이 안 생기고 심지어 카메라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내기도 귀찮아졌다. 그렇게 각 대륙의 기본만 찍고 첫 번째 세계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다음기회에 다시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한 곳에 오래 머무리라고 다짐했다.

각국의 여행자들과 왜 여행을 하느냐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유적이나 자연현상, 각자 좋아하는 장르를 말하다가 결론은 사람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이 아름다워 길을 걷는다`
두 번째 세계여행에서 여행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 길씨 스스로 답을 구하는 문구이다.

과연 그럴까?

더 심도높은 길씨의 여행철학은 앞으로 전개될 `올드보이를 위한 배낭 여행안내서` 여행의 만남편에 소개될 것입니다.

이쯤에서 길씨는 남은 술을 다 마시지도 못하고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취하지 않으되 혼미함이여.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게 싶은 자 잠들게 하라` 어디선가 강은교 시인의 싯구가 들리며 길씨의 알콜중추는 마비되고 애꿎은 베개를 부둥켜 안고 어느새 침대와 한몸이 되었다.

다시 또 하루가 밝아왔다.
여행중에 혼자 마시는 술은 취기가 더 빨리 오른다. 아침햇살에 눈을 떠서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카톡으로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페북메신져로는 세계각국의 여행동지들에게 음주톡을 보냈다. 이 기회를 빌어 시간대가 달라 자는 동안에 카톡이나 메신져를 받은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다시 그 시간대에 음주톡이 오면 그냥 무시해 주시기를.
그중 하나 중미에서 만난 일본친구에게 이 포스팅의 영문 제목대로 메신져를 보냈더니 답장이 와 있었다.

리상, 집으로 돌아가라고...

바뜨 길씨는 돌아갈 집이 없다. 아니 삼년 전 한국을 떠날 때 집부터 팔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왔다. 
그때 결심했다. 이제부터 길이 집이고 집이 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남아프리카부터 여행의 테마를 `끝에서 끝까지`로 정했다. 이 여행의 반도 못하고 아니 아프리카의 중간쯤에서 여행에 지쳐서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니 여태껏 만든 홈페이지 제목이며 카테고리명이며 지금껏 불려온 길이란 이름이 아깝다.

그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안에는 길씨의 숙원 사업인 `올드보이를 위한 배낭여행 안내서`를 마무리 지어야한다.
그러자면 일단 호텔방부터 탈출하자, 냉샤워로 정신부터 챙기고 도시탐방을 나섰는데
블랜타이어에는 딱 두 군데 명소 밖에 없다.


시계탑 로타리를 지나

하나는




CCAP교회

그리고 또 하나는


Mandala House
블랜타이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란다.


그 집 정원

그리고 작은 이슬람 사원 몇 개만 보면 끝이다.

두 곳다 숙소에서 걸어서 삼십 분 안의 거리이다. 3시간만에 도시탐방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엊저녁 먹다남은 김빠진 맥주를 마저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언제 인생이 계획대로 아니 길씨의 의지대로 된 적이 있었나, 걍 사는 거지 모.
그리고 다시 잤다. 언제가는 떠나야 할텐데라고 되뇌이며......


그리고도 일주일 지나서 길씨는 호텔방을 떠날 수 있었다.

모잠비크에서 말라위 국경넘기 Crossing Malawi border

20160121

모잠비크에서 말라위 국경을 넘는 방법은 다른 국경에 비해 어렵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길씨의 경우 모잠비크부터 말라위의 숙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체킹포인트와 국경에서의 어이없는 환율사기 등에 진이 빠질대로 빠져서 말라위의 Blantyre 블랜타이어에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혹여 길씨의 경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르는 님들을 염려해서 국경넘기의 기나긴 하루을 소개합니다.

모잠비크 Chimoio 시모이우의 아담하고 깨끗한 숙소 Pink Papaya 호스텔에서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걸어서 십 분 거리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새벽 5시에 Tete 떼떼로 출발하는 대형버스를 탔다.
버스는 이른 아침이지만 승객을 다 채운후 다섯 시를 좀 넘겨 출발해서 떼떼시 외곽에 있는 정류장에 오전 열한 시 전에 도착했다. 버스를 내린 곳에서 국경도시 Jobue 조부에까지 샤비(로칼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모잠비크 국경입구까지 가면 된다.
버스는 국경을 대략 10키로 정도 앞두고 체킹포인트에서 군인들에게 검문을 당하는데 유독 길씨만 미니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그동안 모잠비크에서는 많은 검문소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번갈아 가면 검색을 핑계로 차를 세워 삥을 뜯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지만 거의 운전기사에게 해당되는  일이었고 여행자인 길씨에게 직접적으로 여권등을 보자며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국경을 거의 앞두고 마지막 검문소인듯한 곳에서 여권의 비자며 입국스템프등을 한참보다가 뜬금없이 옐로카드를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황열병 증명서는 입국시 이미그레션에서 요구하는 게 상식인데 이제 곧 이 나라를 떠나는 여행자에게, 이미그레이션 오피서도 아니면서 검문하는 군인이 요구하다니 이 무슨 웃기는 짬뽕인지?
아무튼 남미 콜롬비아에서 무료로 접종한 옐로카드를 보여줬더니 또 한참을 이리저리 살피고 나서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한다. 알다시피 황열병은 접종후 십 년까지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접종일인 2014년이란 숫자를 찾아내서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길씨의 인내심 또한 바닥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몇 마디 안되는 포루투칼어로 설명해봐야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는 자에게 들리지도 않을테고  영어는 이미 이미 무용지물이 된 이곳에서 지난 이 년동안 남미에서 제일 많이 사용한 에스파뇰인 껫빠사(뭔일이래?)를 시작으로 뽀르께(왜?) 등의 단어를 남미특유의 제스추어(손동작)을 보태어 그들이 알아듣든지 말든지 길씨 또한 큰소리로 대거리를 해버렸다.
로칼과도 웬만하면 싸우지 않는게 배낭여행자의 기본룰이거늘 같은 버스에 탄 현지인들이 지켜보는 도로옆 검문소에서 총을 든 군인과 황열병증서의 유효기간을 가지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니...
길씨의 스페인을 조금이나마 알아들었는지 아님 길씨의 어투에서 니놈들에게 한푼도 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던지 몇 군데 전화를 걸어서 유효기간에 대해 알아보는 척하다가 다시 버스에 타게 해줬다.
사실 이런 상황은 돈을 달라는 것 말고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얼마를 더 가서 모잠비크 출국 이미그레이션에 도착했다.
거기서도 출국하는 마당에 손가락 지문인식까지 끝내고나서 말라위 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환전삐끼가 달라붙어 좋은 가격으로 쳐준다며 전자계산기를 꺼내 오십달라를 당시 환율로 계산기에 찍어 보여줬다. 어차피 말라위에 가면 현지화폐가 필요하고 말라위 국경까지는 걸어서 가기는 멀고 오토바이라도 타려면 약간의 돈이 필요한지라 오십달라만 바꾸기로 하고 얼마냐니까 계산기에 찍힌 금액을 제시했다.
그때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좀전의 군인들과의 실랑이로 기력이 빠진 상태에 계산기에 찍힌 금액보다 더 주겠다고해서 바로 환전을 해버렸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말라위 입국 이미그레션에 도착해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렸다. 당시 말라위 환율이 1달라에 710콰차 정도이고 50달라면 최소 35,000콰차는 받아야 맞다. 아까 삐끼가 전자계산기로 오십 달라를 당시 환율에 맞게 계산기로 찍어 보였을때 분명 25,000콰차 이하로 나왔고 덤으로 25,000콰차에 맞춰준다는데 솔깃해서 기본적인 암산도 하지않고 계산기에 찍힌 금액만 보고 25,000콰차만 받았던 것이다.
사실 이건 고전적인 환전 사기 수법에 속하는데, 그들이 가진 계산기에는 어떤 금액을 곱하거나 계산해봐도 특정 금액이 나오게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집중력부족과 약간의 덤에 꾀여 얼른 말라위로 넘어가고픈 급한 마음에 대략 15달라 상당의 금액을 속절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모잠비크는 달갑잖은 마지막 인상을 남긴 채 말라위 이미그레이션으로 넘어왔다.
길씨는 이미 모잠비크 마푸토에 그동안 여행중에 가장 비싼 비자피 백달라를 주고 받은 비자를 보여주고 군말없이 한 달짜리 스템프를 받았다.
나중에 다른 여행자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길씨처럼 말라위 인근 나라에서 모잠비크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비자를 신청하면 백달라에 한달짜리 싱글엔트리비자를 주는데 진즉 국경에서는 75달라만 내면 똑같은 비자를 받는다고 한다.
모잠비크 대사관에서 영사인지 모를 아저씨가 국경비자는 없다고 했는데 ... 개뿔.
하루 숙소 십달라 미만에서만 자고 일달라 이달라에 목숨거는 육로여행 배낭족에겐 적지않은 돈을 길바닥에 뿌리고 말라위에 입국한 것이다.
말라위 이미그레션을 지나자마자 보란듯이 나타난 은행의 공식환전소의 전광판에는 그날의 시세표대로 일달라 710콰차라고 빨간 숫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써글.

그리고 조금 걸어가니 오늘의 목적지 Blantyre 블랜타이어에 가는 미니버스가 길 옆에 대기하고 있다.
그래 이미 지나간 일들은 잊고 빨리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오늘 하루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오후 한 시쯤 지났나보다, 국경에서 블랜타이어까지 50키로 정도 거리여서 천천히 가도 두 시간후면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의 로칼버스는 승객이 다 차야 출발한다. 다행히 말라위 이전의 나라에서는 순식간에 버스가 만차가 되며 길어도 십분정도만 기다리면 승객을 꽉 채워서 출발했다. 말라위도 그러려니하고 차비를 지불하고 버스에 들어가 앉았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넘어가도 만차가 안되더니 급기야 두 시간을 기다려 승객을 모두 채워 버스는 출발했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가 얼마를 가지 못하고 또 검문을 당한다, 국경에서 부터 십키로 안되는 거리에 무려 네 번의 체킹포인트에서 차를 세우고 검문을 했다. 이제 슬슬 날이 어두워지는데, 처음가는 나라의 낯선 도시는 가급적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고 이날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버스를 탔는데 블랜타이어 시내에 도착할 때는 어둔 밤이 되었다.
그래도 미리 검색한 Doogles 두글레스 호스텔이 블랜타이어의 Wenela 웨넬라버스터미날 바로 옆에 있어 내리는대로 쉽게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버스는 길씨가 생각한 정류장이 아닌 숙소에서 2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저녁 여덟 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버스 기사에게 왜 그 정류장까지 안 가냐니까 여기가 자기들 종착지라면 원하면 데려다 줄 수 있어니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오늘은 끝까지 인간들이 밉다, 바로 스마트폰 GPS맵을 꺼내 낯선 도시의 밤이지만 숙소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스텔은 길씨가 알고 있었던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캠핑장은 없어졌다고 한다. 이미 날은 저물고 기진맥진한 길씨는 두 말없이 돔룸의 한 자리에서 뻗더러져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떠서 나미비아에서 중국 배낭족 벤에게 얻은 정보를 기억하고 그가 추천한 빅브러더스 호텔을 찾아 나섰다.
지난 밤에 보이지 않던 두글라스 호스텔 뒷편으로 돌아가면 싸게 캠핑이 가능한 롯지도 있고 곳곳에 로칼 숙소가 눈에 보이고 시내를 몇 바퀴 돌아서 마침내 빅브러다스 호텔을 찾았다. 인도사람이 오너인 이름만 호텔이지 별이 몇 개나 되는 그런 호텔과 비교할 수 없지만 싱글룸이 오천콰차부터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까지 딸려 있었다.
이정도면 배낭족에겐 특히 모든 것을 가성비로 따지는 길씨에겐 훌륭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어제의 숙소에 가서 짐을 찾아와서 빅브러더스호텔에 안착했다.

아래 지도의 표시된 곳이 Big Brothers Lodge 빅브러더스 호텔이다. 알고보니 전날 밤 버스 내린 곳에서 오 분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미리 정확한 위치를 알았더라면 녹초가 되어 배낭을 지고 밤거리를 한참을 걷지도 않았스련만....

아무튼 새로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아낸 것만으로 지난 하루동안의 길고도 힘들었던 일련의 보상이라고 스스로 위로 했다.






비용

~ Chimoio시모이우에서 Tete 떼떼까지 대형버스는 전날 미리 터미날 근처에 정차된 대형버스를 찾아가 500메티칼에 구입하고 버스탈 때 짐값으로 200메티칼 더 냈다.

~ 떼떼에서 Jobue 조부에 국경까지 미니버스는 270메티칼.

당시 환율 1달라 = 50 모잠비크 메티칼 정도.


~ 모잠비크 이미그레션에서 말라위 이미그레션까지 국경사이 오토바이 이동비용 500콰차.

~ 말라위 이미그레션에서 Blantyre 블랜타이어까지 미니버스 2,000콰차.

~ Doogles 호스텔 도미토리 일박에 10,000콰차.

~ 빅브라더스호텔 오천부터 칠천콰차까지 욕실딸린 싱글룸이 있다.

당시 환율 1달라 = 710 말라위 콰차. 현재 2016년 2월 중순 1달라가 750콰차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