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1일 일요일

모잠비크에서 말라위 국경넘기 Crossing Malawi border

20160121

모잠비크에서 말라위 국경을 넘는 방법은 다른 국경에 비해 어렵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길씨의 경우 모잠비크부터 말라위의 숙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체킹포인트와 국경에서의 어이없는 환율사기 등에 진이 빠질대로 빠져서 말라위의 Blantyre 블랜타이어에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혹여 길씨의 경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르는 님들을 염려해서 국경넘기의 기나긴 하루을 소개합니다.

모잠비크 Chimoio 시모이우의 아담하고 깨끗한 숙소 Pink Papaya 호스텔에서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걸어서 십 분 거리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새벽 5시에 Tete 떼떼로 출발하는 대형버스를 탔다.
버스는 이른 아침이지만 승객을 다 채운후 다섯 시를 좀 넘겨 출발해서 떼떼시 외곽에 있는 정류장에 오전 열한 시 전에 도착했다. 버스를 내린 곳에서 국경도시 Jobue 조부에까지 샤비(로칼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모잠비크 국경입구까지 가면 된다.
버스는 국경을 대략 10키로 정도 앞두고 체킹포인트에서 군인들에게 검문을 당하는데 유독 길씨만 미니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그동안 모잠비크에서는 많은 검문소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번갈아 가면 검색을 핑계로 차를 세워 삥을 뜯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지만 거의 운전기사에게 해당되는  일이었고 여행자인 길씨에게 직접적으로 여권등을 보자며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국경을 거의 앞두고 마지막 검문소인듯한 곳에서 여권의 비자며 입국스템프등을 한참보다가 뜬금없이 옐로카드를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황열병 증명서는 입국시 이미그레션에서 요구하는 게 상식인데 이제 곧 이 나라를 떠나는 여행자에게, 이미그레이션 오피서도 아니면서 검문하는 군인이 요구하다니 이 무슨 웃기는 짬뽕인지?
아무튼 남미 콜롬비아에서 무료로 접종한 옐로카드를 보여줬더니 또 한참을 이리저리 살피고 나서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한다. 알다시피 황열병은 접종후 십 년까지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접종일인 2014년이란 숫자를 찾아내서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길씨의 인내심 또한 바닥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몇 마디 안되는 포루투칼어로 설명해봐야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는 자에게 들리지도 않을테고  영어는 이미 이미 무용지물이 된 이곳에서 지난 이 년동안 남미에서 제일 많이 사용한 에스파뇰인 껫빠사(뭔일이래?)를 시작으로 뽀르께(왜?) 등의 단어를 남미특유의 제스추어(손동작)을 보태어 그들이 알아듣든지 말든지 길씨 또한 큰소리로 대거리를 해버렸다.
로칼과도 웬만하면 싸우지 않는게 배낭여행자의 기본룰이거늘 같은 버스에 탄 현지인들이 지켜보는 도로옆 검문소에서 총을 든 군인과 황열병증서의 유효기간을 가지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니...
길씨의 스페인을 조금이나마 알아들었는지 아님 길씨의 어투에서 니놈들에게 한푼도 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던지 몇 군데 전화를 걸어서 유효기간에 대해 알아보는 척하다가 다시 버스에 타게 해줬다.
사실 이런 상황은 돈을 달라는 것 말고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얼마를 더 가서 모잠비크 출국 이미그레이션에 도착했다.
거기서도 출국하는 마당에 손가락 지문인식까지 끝내고나서 말라위 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환전삐끼가 달라붙어 좋은 가격으로 쳐준다며 전자계산기를 꺼내 오십달라를 당시 환율로 계산기에 찍어 보여줬다. 어차피 말라위에 가면 현지화폐가 필요하고 말라위 국경까지는 걸어서 가기는 멀고 오토바이라도 타려면 약간의 돈이 필요한지라 오십달라만 바꾸기로 하고 얼마냐니까 계산기에 찍힌 금액을 제시했다.
그때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좀전의 군인들과의 실랑이로 기력이 빠진 상태에 계산기에 찍힌 금액보다 더 주겠다고해서 바로 환전을 해버렸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말라위 입국 이미그레션에 도착해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렸다. 당시 말라위 환율이 1달라에 710콰차 정도이고 50달라면 최소 35,000콰차는 받아야 맞다. 아까 삐끼가 전자계산기로 오십 달라를 당시 환율에 맞게 계산기로 찍어 보였을때 분명 25,000콰차 이하로 나왔고 덤으로 25,000콰차에 맞춰준다는데 솔깃해서 기본적인 암산도 하지않고 계산기에 찍힌 금액만 보고 25,000콰차만 받았던 것이다.
사실 이건 고전적인 환전 사기 수법에 속하는데, 그들이 가진 계산기에는 어떤 금액을 곱하거나 계산해봐도 특정 금액이 나오게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집중력부족과 약간의 덤에 꾀여 얼른 말라위로 넘어가고픈 급한 마음에 대략 15달라 상당의 금액을 속절없이 당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모잠비크는 달갑잖은 마지막 인상을 남긴 채 말라위 이미그레이션으로 넘어왔다.
길씨는 이미 모잠비크 마푸토에 그동안 여행중에 가장 비싼 비자피 백달라를 주고 받은 비자를 보여주고 군말없이 한 달짜리 스템프를 받았다.
나중에 다른 여행자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길씨처럼 말라위 인근 나라에서 모잠비크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비자를 신청하면 백달라에 한달짜리 싱글엔트리비자를 주는데 진즉 국경에서는 75달라만 내면 똑같은 비자를 받는다고 한다.
모잠비크 대사관에서 영사인지 모를 아저씨가 국경비자는 없다고 했는데 ... 개뿔.
하루 숙소 십달라 미만에서만 자고 일달라 이달라에 목숨거는 육로여행 배낭족에겐 적지않은 돈을 길바닥에 뿌리고 말라위에 입국한 것이다.
말라위 이미그레션을 지나자마자 보란듯이 나타난 은행의 공식환전소의 전광판에는 그날의 시세표대로 일달라 710콰차라고 빨간 숫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써글.

그리고 조금 걸어가니 오늘의 목적지 Blantyre 블랜타이어에 가는 미니버스가 길 옆에 대기하고 있다.
그래 이미 지나간 일들은 잊고 빨리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오늘 하루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오후 한 시쯤 지났나보다, 국경에서 블랜타이어까지 50키로 정도 거리여서 천천히 가도 두 시간후면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의 로칼버스는 승객이 다 차야 출발한다. 다행히 말라위 이전의 나라에서는 순식간에 버스가 만차가 되며 길어도 십분정도만 기다리면 승객을 꽉 채워서 출발했다. 말라위도 그러려니하고 차비를 지불하고 버스에 들어가 앉았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넘어가도 만차가 안되더니 급기야 두 시간을 기다려 승객을 모두 채워 버스는 출발했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가 얼마를 가지 못하고 또 검문을 당한다, 국경에서 부터 십키로 안되는 거리에 무려 네 번의 체킹포인트에서 차를 세우고 검문을 했다. 이제 슬슬 날이 어두워지는데, 처음가는 나라의 낯선 도시는 가급적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고 이날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버스를 탔는데 블랜타이어 시내에 도착할 때는 어둔 밤이 되었다.
그래도 미리 검색한 Doogles 두글레스 호스텔이 블랜타이어의 Wenela 웨넬라버스터미날 바로 옆에 있어 내리는대로 쉽게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버스는 길씨가 생각한 정류장이 아닌 숙소에서 2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저녁 여덟 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버스 기사에게 왜 그 정류장까지 안 가냐니까 여기가 자기들 종착지라면 원하면 데려다 줄 수 있어니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오늘은 끝까지 인간들이 밉다, 바로 스마트폰 GPS맵을 꺼내 낯선 도시의 밤이지만 숙소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스텔은 길씨가 알고 있었던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캠핑장은 없어졌다고 한다. 이미 날은 저물고 기진맥진한 길씨는 두 말없이 돔룸의 한 자리에서 뻗더러져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떠서 나미비아에서 중국 배낭족 벤에게 얻은 정보를 기억하고 그가 추천한 빅브러더스 호텔을 찾아 나섰다.
지난 밤에 보이지 않던 두글라스 호스텔 뒷편으로 돌아가면 싸게 캠핑이 가능한 롯지도 있고 곳곳에 로칼 숙소가 눈에 보이고 시내를 몇 바퀴 돌아서 마침내 빅브러다스 호텔을 찾았다. 인도사람이 오너인 이름만 호텔이지 별이 몇 개나 되는 그런 호텔과 비교할 수 없지만 싱글룸이 오천콰차부터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까지 딸려 있었다.
이정도면 배낭족에겐 특히 모든 것을 가성비로 따지는 길씨에겐 훌륭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어제의 숙소에 가서 짐을 찾아와서 빅브러더스호텔에 안착했다.

아래 지도의 표시된 곳이 Big Brothers Lodge 빅브러더스 호텔이다. 알고보니 전날 밤 버스 내린 곳에서 오 분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미리 정확한 위치를 알았더라면 녹초가 되어 배낭을 지고 밤거리를 한참을 걷지도 않았스련만....

아무튼 새로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아낸 것만으로 지난 하루동안의 길고도 힘들었던 일련의 보상이라고 스스로 위로 했다.






비용

~ Chimoio시모이우에서 Tete 떼떼까지 대형버스는 전날 미리 터미날 근처에 정차된 대형버스를 찾아가 500메티칼에 구입하고 버스탈 때 짐값으로 200메티칼 더 냈다.

~ 떼떼에서 Jobue 조부에 국경까지 미니버스는 270메티칼.

당시 환율 1달라 = 50 모잠비크 메티칼 정도.


~ 모잠비크 이미그레션에서 말라위 이미그레션까지 국경사이 오토바이 이동비용 500콰차.

~ 말라위 이미그레션에서 Blantyre 블랜타이어까지 미니버스 2,000콰차.

~ Doogles 호스텔 도미토리 일박에 10,000콰차.

~ 빅브라더스호텔 오천부터 칠천콰차까지 욕실딸린 싱글룸이 있다.

당시 환율 1달라 = 710 말라위 콰차. 현재 2016년 2월 중순 1달라가 750콰차까지 올랐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