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1일 일요일

마음의 평안 말라위 호수 Lake Malawi

20160203~20160209

Blantyre 블랜타이어 호텔의 보름간의 무위도식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와서 말라위 호수의 시작점 Monkey Bay몽키베이로 달려갔다.

말라위호수의 남녘에는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몽키베이고 다른 하나는 몽키베이보다 좀더 투어리스틱하고 아름답다는 Cape Maclear 케이프 맥클레이가 있다.
길씨는 지난 보름간의 늦장으로 몽키베이에 수요일에야 도착했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아침에 출항하는 Ilala Ferry 일랄라페리를 타기 위해 케이프 맥클레이는 가지 못하고 몽키베이에만 머물렀다.


사진속 Mufasa Lodge 무파사 롯지에서 이틀 간 캠핑했다.


근처에 일랄라페리 사무실이 있고 그 옆에 배를 타는 포구가 있다.


왜 몽키베이인지 알 수 있다.




숙소로 가는 길에 황혼에 물들어가는 Lake Malawi 말라위호수가 나타난다


하루 자고 동네 탐방중에 마음에 드는 가성비 레스토랑




호숫가 마을 길




우리네 어릴 적 비석치기랑 비슷한 놀이를 하는 꼬마들


요놈들 봐라, 마실 가는 길에서 소싸움을 하고 있네, 염소싸움


황혼녘 홀로 밭을 매는 농부


금요일 아침 일찍 일랄라 페리를 타러 갔다.


이름이 어째 쪔 날라리틱하다


배에서 내려 본 몽키베이





출항



호수가 아니라 망망대해


갑판 맥주바, 여기서 이 배 선장과의 썰전을 벌인다.
내용인즉
길씨는 여태까지 해왔듯이 가장 값이 싼 삼등칸 표를 샀다. 아마존에서도 배 갑판에 모기장만 치고 사오일을 지낸 적이 있고 하루정도는 밤하늘 별들을 벗삼아 잠들고 싶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갑판바에 올라가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있는데 페리 승무원 한 명이 오더니 점심을 주문을 하라고 해서 별로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좀 지나서 또 다른 승무원이 오더니 티켓을 보자고 했다. 표를 보여주니 삼등칸이라고 배의 제일 아래로 내려가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삼등칸에 큰 배낭을 두고 다시 갑판으로 올라와 한없이 맑은 말라위 호수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표검사를 했던 승무원이 다시 오더니 삼등칸 승객은 갑판에 있을 수 없다고 바로 내려가라고 한다. 배의 갑판은 누구라도 있을 수 있는 곳인데 삼등칸 승객이라고 내려가라는 게 이해가 안되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싶어 물어봐도 삼등칸만 강조하고 막무가내로 내쫓으려 했다.
이건 완전히 길씨를 무시하겠다는 의미인데, 같이 탄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은 일등석 캐빈 티켓을 사서 왔는데 길씨만 제일 싼 표를 산데다 아까 배의 레스토랑에서 하는 점심을 안 시켰더니 승무원들끼리 길씨를 무시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다시 또 내려가라고 한마디를 던지자마자 길씨 또한 이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없었다. 전에 이 배에 대한 블로그를 봤을 때 갑판위에서 텐트치고 자는 여행자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고 지금까지 타본 어떤 배에서도 태풍이나 비상시가 아니고는 갑판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선장불러라`
이럴 땐 대차게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삼등칸 승객은 갑판에 왜 못 있는 지 선장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하자 조타실에 있던 선장을 데리고 왔다. 왜 삼등칸 승객은 여기 있을 수가 없냐고 물어보고 그런 규정이 있으면 문서로 보여달라고 했다. 선장은 사무장을 시켜 책자 하나를 가져왔는데 배의 룰이 적힌 것이아니라 구간별 배삯이 적혀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길씨가 산 표가 제일 싼 삼등칸이라는 말만 계속했다.
길씨는 그동안 전세계 수많은 배를 타고 여행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하자 또 다시 가격표를 보여주며 제일 싼 표라는 것만 강조했다.
이 기싸움을 온전하게 길씨의 승리로 이끌려면 뭔가 시각적인 자료가 필요했다. 길씨는 태블릿에서 이 홈페이지를 열어 보여주며 도메인 이름인 actourist의 앞의 두 영문 ac가 아시안 투어리스트 그룹이라고 말하고 신문 방송 등에 길씨의 여행이야기를 연재하며 이 페리도 곧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씨의 뻥이 효과가 있었는 지 선장이 곧바로 마이프랜드라 부르며 얼마든지 갑판에 있어도 된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광속으로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마이프랜드라고 바꿔 부를 수 있는 지 존경스럽다.

어느듯 호수 아래로 해가 떨어지고 맥주에 취기가 오르면서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혼자 갑판바에서 비싼 맥주만 마시고 밤을 지새느니 난생 처음으로 일등석 캐빈에 자고 싶픈 마음이 들었다. 일등석 캐빈이 35,000콰차, 이틀 자면 일박에 24달라 정도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페리의 싱글룸에서 자보겠는가? 다시 선장을 불렀다.


일등석 캐빈으로 옮겼다, 선장 바로 옆방

그 이후로 배의 모든 승무원들이 길씨를 만나면 `미스타리 마이프랜드`라고 부르며 엄청 친한척 했다.



지금까지 타봤던 배중에서 제일 호사롭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드넓은 말라위 호수 위에 아래의 회오리 같은 것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 신기한 자연현상은 무엇일까요?

용오름이나 토네이도라고 생각했던 것이 날파리의 거대한 무리였다. 현지말로 음쿵쿠라고 부르고 수억마리의 하루살이 비슷한 날파리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아 올라간다. 확실하지 않지만 교미를 위한 짝을 찾는 행위라고 한다. 더욱 재미난 것은 현지인들은 저것들을 잡아서 시마(현지주식)에 비벼먹기도 한다. 아마 맑은 호수에서 사는 것이라 먹어도 몸에 해롭지는 않은가보다.


중간중간에 목적지 근처에 정박하면 작은 배로 옮겨타고 하선하는 승객들


돼지를 배로 옮겨 싣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잠비크 사이드 Likoma 리코마 섬 근처에 정박


섬구경하러 작은 배를 타고 리코마섬에 들렀다.






평화로운 섬마을


배로 돌아와 밤늦게 최종 목적지 Nkhata Bay 은카타베이에 도착했다.
배에서 하루 더 자고



다음 날 아침 하선했다.

포구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Mayoka Lodge 마요카롯지에서 무료 픽업서비스를 제공한다.






은카타베이의 유명숙소 마요카빌리지
언제든지 코앞에 호수로 뛰어들어 수영을 할 수 있고 무료로 카누를 빌려 탈 수 있다.



친환경 화장실과 나무를 땔감으로 목욕물을 데운다.


다음날 마실탐방


은카타베이 초입의 광고판


마을의 어느 집


길씨가 좋아하는 로칼식당






녹슨 간판 은카타베이 포구의 항구마을



매주 화요일 마요카롯지에서 제공하는 무료 보트투어





나무가지에 작은 생선을 끼워 호수에 던지면 멀리서 새가 날아와 채간다.





동네 꼬맹이들과 로칼 게임도 하고



배구세트까지 설치해서 무료투어임에도 불구하고 가이드가 최선을 다해 같이 놀아준다.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면


저 중에 하나가 길씨의 멋드러진 방갈로


호수 저편으로 해가 지고

다음날 화창한 호수



내 마음의 호수 말라위 호수




비용

~ 블랜타이어에서 몽키베이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손웰라터미날에 갔더니 버스는 안보이고 성가신 삐끼만 달라붙어 시장 근처에 있는 다른 버스터미날에서 250콰차에 미니버스를 타고 인근도시 Limbe 림베에 갔다. 버스차장에게 미리 몽키베이로 간다고하면 버스타는 곳에 내려준다. 거기서 4,500콰차에 몽키베이행 버스를 탔다. 말라위의 미니버스는 처음에 목적지가 말하면 거의다 그곳으로 간다고 하고는 중간에 다른 정류소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고 짐을 내린다. 다행히 차비는 처음 한 번만 받고 다음 버스로 연계시켜 준다. 버스타기 전에 조수석 창에 목적지를 확인하고 심지어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가냐고 물어보고 탔지만 결국은 중간에 두 번을 갈아타서 몽키베이에 도착했다. 이후로 말라위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바로 한방에 가는 것은 기대도 안했다. 아마 자기들끼리 버스구역이 정해져 있는데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조건 간다고 말한다.
몽키베이에 내려 케이프 맥클레이로 가려면 다시 오토바이나 승합차를 쉐어해야한다. 비용은 1,000에서 3,000콰차 정도 달라고 한다.

~ 일랄라페리는 매주 금요일 아침 8시에 출발한다. 몽키베이에서 은카타베이까지의 가격은 삼등석 8,500콰차에서 일등석 캐빈 35,000콰차까지 다양하게 있다. 배를 타면 다음날 늦게 은카타베이에 도착하는데 캐빈 승객의 경우 하선할 필요가 없고 하루 더 자고 항구에 내리면 마요카롯지의 픽업차가 대기하고 있다.

~ 몽키베이 무파사롯지는 일박 캠핑비 2,500콰차 도미토리 4,000콰차.

~ 은타카베이의 숙소

시설과 주변 환경이 제일 좋은 마요카롯지는 제일 싼 도미토리가 일박에 무려 12달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비수기인 경우 매니져와 잘 협상하면 하루 5달라 정도에 멋진 방갈로에 머물 수 있다. 마요카 바로 옆의 Butterfly Lodge 버트플라이의 경우 도미토리 3,000콰차 캠핑장 1,500콰차로 저렴하다. 위의 두 곳은 항구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가려면 30분이상 걸린다. 항구 근처 로칼 숙소는 싱글룸이 4,000콰차 이하로 비교적 저렴하다.

~ 은타카베이에서 Mzuzu 음주주까지는 쉐어택시를 이용하는데 미니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다. 비용은 일인당 1,300콰차 지불했다.

2016년 2월 환율        1달라 = 740콰차

여행에 지치다 Long trip makes me tired in Blantyre

20160121~20160203

Blantyre 블랜타이어의 Big Brothers Lodge 빅브러더스 호텔에서 먹고 자고 싸는 것만으로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모잠비크부터 국경을 넘어 블랜타이어까지 지난한 일들을 겪어서인지 빅브러더스 호텔에 둥지를 치고 자다깨다 몇 번 했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가버렸다.
첫날은 온종일 잠만 잤고 둘쨋날은 잠이 덜 깨서 자고 그 다음날은 너무 잤더니 허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자고 또 그 다음은 자던 타성에 젖어, 자고 또 자고 일주일을 내리 잤다.

아래 사진의 호텔 구조를 보면 위층 발코니가 식당이라 하루 한 끼는 여기서 저렴한 로칼 정식이 1,200콰차(한화 이천원) 정도로 해결이 된다. 그리고 아래층 왼쪽 도로변에 보이는 Krazy 치킨은 이 도시에서 젤 유명한 치킨앤칩스 레스토랑이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저렴한 자체 식당과 같은 건물에 맛있는 치킨집이 있는 이런 천혜의 조건에서 어떻게 무위도식을 안 할 수 있겠는가?


빅브러스 건물 전경


일반적인 로칼정식, 먹기전에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꼭 먹고 나서 찍는다.

왼쪽 하얀 것이 여기서는 시마라고 하고 탄자니아 위로부터는 우갈리라고 부른다. 옥수수 가루를 쪄서 백설기처럼 만들었다. 아무 맛이 안나는 맨밥과 같은 기본 주식이고 주메뉴 치킨과 볶음 채소 양념소스와 더불어 먹는다. 파란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물은 마시는 게 아니라 인도식으로 손을 씻는 물이다.

일주일 동안 건물 바깥으로 두 번 나갔나보다, 한 번은 바로 앞 건물에 남아공항공 사무실이 있어 브라질에서 왕복표로 사온 항공권 리턴티켓이 환불이 되는 지 알아보러 나갔고 그 옆 건물이 TNM통신이라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유심칩을 사러간 게 지난 칠일동안의 길씨의 행적이다.

어느 통신사든 심카드를 사서 충전하면 말라위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길씨의 경우 건물 바로 앞에 있는 말라위 통신사 중의 하나인 TNM 블랜타이어 본점에 갔는데 아주 친절하게 전화기 세팅까지 다 해주었다. 각 나라마다 충전방식이나 인터넷 사용법이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아래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 직접 충전하는 방법은 #

 1 통신사 유심카드를 사서 본인의 스마트폰에 넣고 전원을 켜서 안테나 신호가 잡히면 일단은 현지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지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충전한만큼 사용한다. 심카드는 1달라 이내의 가격이고 수신이나 통화만 할 생각이면 조금씩 충천해서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충전을 한후 인터넷 번들을 신청해야 한다. 충전은 아래 사진에 있는 금액이 찍힌 에어타임 스크래치카드를 사면 된다. 에어타임 카드는 휴일에도 길거리 가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길씨의 경우 4기가의 인터넷 번들을 사용하려고 6,500콰차의 에어타임 카드를 사서 심카드에 충전했다. 충전한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인터넷 번들을 신청하면 유효기간 한 달안에 4기가 조금 넘게 인터넷 데이타를 쓸 수 있다.


위의 에어타임 스크래치카드는 100콰차부터 2,000콰차까지 다양하게 있다. 카드에 뒷면에 충전 방법이 있다. 직접하려면 본인의 전화기로 위의 카드에 설명된 순서대로 코드를 눌러 충전할 수 있다. 500콰차 에어타임 카드를 복권처럼 스크래치하면 위의 열여섯자리 숫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111*열여섯자리번호#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카드 액수만큼 충전이 된다. 총 6,500콰차를 충전하고 아래 사진의 인터넷 번들중에 4GB 코드번호 *200*14#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4기가 데이타가 세팅된다.


길씨는 총 6,500콰차를 에어타임 스크래치 카드로 충전하고 4기가를 선택하니 충전금액에서 4기가 데이타 사용료 6,400콰차가 빠져나가고 100콰차가 전화 수신이나 통화용으로 남았다.

~ 위 과정이 어려우면 평일에는 시내 어디서나 통신사 사무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으니 찾아가서 부탁하면 된다.
~ 각자의 스마트폰에 따라 통신사 주파수가 달라 사용이 안되는 폰이 있으니 일단 가장 작은 단위로 충전해서 통수신 안테나가 나오나 확인해봐야 한다. 안테나가 잡혀도 폰 설정에 따라 인터넷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네트워크 설정에 들어가서 액세스포인트의 이름을 tnm으로 바꾸고 APN을 internet으로 설정하니 길씨의 경우 데이타 수발신 표시가 폰 상단에 나타나며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말라위는 3G 정도의 속도이거나 그 이하로 도심에서 멀어지면 잘 끊어지기까지 한다.
~ 사용량을 확인하려면 TNM의 경우 #123#을 누르면 알 수 있다.

이제 방에서도 인터넷이 되고 슬슬 마실이나 나갈까하고 동네한바쿠하다가 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사왔다. 길씨가 제일 좋아하는 정어리캔, 스파게티면, 달걀, 그리고 기본 소스들 이것만 있으면 스파게티 정도는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중남미에서 부터 즐겨 먹는 정어리캔
매운 고추와 토마토가 들어 있는 두 종류, 찌게부터 각종 요리에 유용하다.



길씨의 요리도구, 전기포트와 2구짜리 코펠 그리고 컵
인도산 매직전기포트(?)로 웬만한 요리는 다 할 수 있다.

일주일을 방콕하다 아예 방안에서 요리까지 시작했다.

그래 여행 뭐 있나? 방구석에 뒹굴어도 여행이다. 실제 미시적 관점으로 각자의 방안을 정밀하게 탐구해보면 여태까지 몰라던 것이 많이 보인다. 책상이나 침대 밑 방모서리 등등 잘 살펴보면 조그마한 생물들이 거기서도 그들 나름대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늘 그자리 똑 같은 정물처럼 보이던 것도 시간에 따라 달라보이기도 한다.




우리돈으로 만원 정도의 싱글룸, 샤워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배낭을 메고 한국을 떠나 세계를 떠돈 지 이번 여행만 계산해봐도 거의 삼 년이 다되어 간다. 2003년 첫 번째 세계일주를 시작했을 때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그때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한 곳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랬던 길씨가 요즘은 배낭을 풀어 버리면 기본이 일주일이다. 그리고나면 떠날 때 다시 배낭을 싸기는 더 힘들어 진다.
배낭족 격언에 `머물면 떠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길씨가 딱 그런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좋게 말하면 여행의 패턴이 바꿘 것이고 그게 아니면 여행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그럼 대체 이 여행의 정체성은 무어라 말인가? 호텔방을 나왔다. 마트에 들러 맥주며 싸구려 로칼럼을 종류별로 사와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마시기 시작했다.

알콜의 힘을 빌어 지나간 나날을 복기해보았다. 첫 번째 세계 일주를 시작했을 때, 그때도 이미 우리나이로 마흔이 된 늦깎기 배낭족이었고 나이 들어 하는 심기일전의 여행이라 퇴폐향략적인 유흥여행은 절대 삼가하고 배낭여행의 기본정신에 충실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언어소통인 영어가 완전 젬병이라 여행내내 하루하루가 다음 날을 준비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첫 번째 유럽여행을 끝내고 겁도 없이 동아프리카로 넘어왔는데 한국어로 된 여행책자는 없고 지금처럼 인터넷 여행 블로그가 활성화 되지 않아서 그나마 정보라도 얻으려면 밤새 영문 가이드북을 번역해서 다음날을 대비하기에 바빴다. 그러니 언제 지긋이 한곳에 머물며 고독을 사치로 즐길 수가 있겠는가? 매일매일이 낯선 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어쨌든 나라마다 유명하다는 관광지의 국민코스는 찍고다녔고 빡빡한 일정대로 짜여진 투어를 통해 엄청난 자연의 위대함을 맛보았다. 그런 식의 여행이 대륙을 이동하면서 계속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웬만한 유적이나 어메이징한 자연현상을 봐도 별 감흥이 안 생기고 심지어 카메라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내기도 귀찮아졌다. 그렇게 각 대륙의 기본만 찍고 첫 번째 세계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다음기회에 다시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한 곳에 오래 머무리라고 다짐했다.

각국의 여행자들과 왜 여행을 하느냐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유적이나 자연현상, 각자 좋아하는 장르를 말하다가 결론은 사람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이 아름다워 길을 걷는다`
두 번째 세계여행에서 여행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 길씨 스스로 답을 구하는 문구이다.

과연 그럴까?

더 심도높은 길씨의 여행철학은 앞으로 전개될 `올드보이를 위한 배낭 여행안내서` 여행의 만남편에 소개될 것입니다.

이쯤에서 길씨는 남은 술을 다 마시지도 못하고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취하지 않으되 혼미함이여.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게 싶은 자 잠들게 하라` 어디선가 강은교 시인의 싯구가 들리며 길씨의 알콜중추는 마비되고 애꿎은 베개를 부둥켜 안고 어느새 침대와 한몸이 되었다.

다시 또 하루가 밝아왔다.
여행중에 혼자 마시는 술은 취기가 더 빨리 오른다. 아침햇살에 눈을 떠서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카톡으로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페북메신져로는 세계각국의 여행동지들에게 음주톡을 보냈다. 이 기회를 빌어 시간대가 달라 자는 동안에 카톡이나 메신져를 받은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다시 그 시간대에 음주톡이 오면 그냥 무시해 주시기를.
그중 하나 중미에서 만난 일본친구에게 이 포스팅의 영문 제목대로 메신져를 보냈더니 답장이 와 있었다.

리상, 집으로 돌아가라고...

바뜨 길씨는 돌아갈 집이 없다. 아니 삼년 전 한국을 떠날 때 집부터 팔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왔다. 
그때 결심했다. 이제부터 길이 집이고 집이 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남아프리카부터 여행의 테마를 `끝에서 끝까지`로 정했다. 이 여행의 반도 못하고 아니 아프리카의 중간쯤에서 여행에 지쳐서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니 여태껏 만든 홈페이지 제목이며 카테고리명이며 지금껏 불려온 길이란 이름이 아깝다.

그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안에는 길씨의 숙원 사업인 `올드보이를 위한 배낭여행 안내서`를 마무리 지어야한다.
그러자면 일단 호텔방부터 탈출하자, 냉샤워로 정신부터 챙기고 도시탐방을 나섰는데
블랜타이어에는 딱 두 군데 명소 밖에 없다.


시계탑 로타리를 지나

하나는




CCAP교회

그리고 또 하나는


Mandala House
블랜타이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란다.


그 집 정원

그리고 작은 이슬람 사원 몇 개만 보면 끝이다.

두 곳다 숙소에서 걸어서 삼십 분 안의 거리이다. 3시간만에 도시탐방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엊저녁 먹다남은 김빠진 맥주를 마저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언제 인생이 계획대로 아니 길씨의 의지대로 된 적이 있었나, 걍 사는 거지 모.
그리고 다시 잤다. 언제가는 떠나야 할텐데라고 되뇌이며......


그리고도 일주일 지나서 길씨는 호텔방을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