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8일 화요일

다나킬투어, 메케레 Danakil Depression

20160618~20160625

에티오피아 비자는 받는 날부터 비자일수를 계산한다.

나이로비에서 비자를 발급 받은 후 에티오피아에 들어왔을 때 이미 일주일을 보냈다. 오자마자 수단비자를 얻느라 아디스아바바에서만 또 일주일을 보냈다.
한달짜리 비자를 받아서 벌써 반 이상이 흘러 갔다.
길씨의 이동속도에 견주어 남은 기간이 너무 짧아 어디부터 가야하나 결정장애에 빠졌다.
거기다 에티오피아를 넘어 올 때 장거리 버스의 여독에다 먼지를 너무 마셔 기관지와 목이 계속 아프고 몸상태까지 별로여서 딱 한 군데만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Danakil depression 다나킬 화산지대 투어였다.

에티오피아에는 인류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유적지가 많이 있고 최근 한국 방송에서 아주 자세하고도 배려깊게 만든 여행다큐를 다운받아 놓은 게 있었다.
아디스아바바 외의 나머지 유적지는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질높은 여행다큐멘타리를 보면서 갈음하기로 했다.
여행중에 여행다큐를 그 현장에서 보면 직접 표를 사서 유적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방송내용이 머리속에 속속 들어온다. 길씨만 그런가?

다나킬 투어를 하려면 아디스아바바나의 여행사나 숙소에서 삐끼를 통해 예약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경비를 절약하려고 다나킬의 투어의 거점이 되는 도시, Mekere 메케레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메케레까지 가는 버스는 Selam Bus 셀람버스(차비 485비르)와 Sky Bus 스카이버스(차비 460)가 있고 새벽 4시 반에 출발한다. 스카이버스는 숙소 근처 타이투호텔 옆 버스회사 사무실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려면 택시를 타고 Meskel 메스켈광장까지 가야한다. 새벽에 숙소에서 택시를 대절해서 가려면 비싸고 흥정하기도 성가셔 버스가 출발하는 광장 근처의 숙소를 알아보았다.


1번 메스켈 광장, Sky Bus 스카이버스 타는 곳
2번 스카이버스 표 사는 곳. Leghar 경전철역에서 가깝다.
3번 Selam Bus 셀람버스표 사는 곳
4번 St. Estifanos역에서 내려야 한다.
5번 Selam Pension 그나마 광장에서 젤 싸고 가까운 숙소. 싱글룸 250비르 부터.

지도 5번의 셀람펜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새벽거리를 20분 정도 걸어서 광장에 도착했는데 아직 스카이버스가 오지 않았다.
4시반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5시 반쯤 출발해서 중간에 몇 번 쉬고 저녁 6시 메케레 로타리 근처에 내려줬다.


1 번 로타리 근처 스카이 버스가 선다.
2번 ETT 여행사
3번 세티호텔 싱글룸 100비르 부터
4번 Ribka 펜션 욕조 딸린 싱글룸 250비르


해가 지기 시작해서 가깝고 저렴한 세티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ETT 여행사로 달려가 투어가격을 협상했다.
다나킬투어는 보통 3박 4일에 600달라라고 여행가이드에 공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그 가격을 다내고 투어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디스아바바나 메케레가 아닌 곳에서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보통 400에서 500달라에 메케레까지 이동비용을 포함해서 지불했다고 한다.
이미 가격정보를 알고 있던 길씨는 여행사에 가자마자 여행친구들 추천으로 여행일정부터 가격까지 전부 알아보고 왔다고 말하고 단도직입적으루다 최저가격 350달라를 제시했다.
투어상담자는 약간 당황한듯 하다가 보스에게 전화를 거는 시늉을 하더니 오케이라고 한다.
가뿐하게 투어 계약을 끝내고 내일 하루는 동네탐방에 휴식을 취하고 월요일에 투어를 시작하면 된다.
세티호텔에 하루를 지냈는데 방에서 충전이 안되고 공용화장실에는 물은 안나오고 심지어 베드버그에 몇 방을 물렸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 주변의 다른 숙소를 찾아보았다.



그래서 찾아낸 Libka 펜션
아직도 부분공사중인 새로 개업한 펜션인데 당근 깨끗하고 무엇보다 욕실에 욕조가 있었다.
욕조를 쓸 수 있는 싱글룸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인 듯하다. 에티오피아는 호텔보다 약간 아래 여관급인 숙소를 펜션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일박에 300비르를 달랬는데 250비르로 깎았다.



다나킬투어 후에 욕조에 온수을 가득 채워서 온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막먼지에 찌든 옷가지를 말끔하게 빨 수 있게 해주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투어를 하기 위해 여행사 사무실로 갔다


비수기라 투어참가자가 많지 않아 찝차 한 대에 운전사 포함 4명이 한팀을 이루고 차 두대로 총 8명이 한그룹이 되어 같이 움직였다.


투어일정


자, 출발이다.



가는 틈틈 전망 좋은 곳에서 차를 멈추어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러 커피타임을 가지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름 모를 우체국을 발견했다.




마침 아디스아바바 국립박물관에 산 루시 사진이 들어간 엽서를 한국의 친구에게 보냈다.
두 친구에게 똑같이 보냈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보낸지 보름이 지났는데 한 명은 받았고 다른 한 명은 아직도 받지 못했다.




Agula라는 곳에서 첫 점심을 먹고



낙타의 카랴반 행렬을 처음으로 만났다.



이 행렬은 멀리 소금호수로 부터 오는데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다.



아주 옛날에는 바다였던 곳, 아직도 바닥에 물이 얕게 차있다.



스마트폰 GPS에 고도 - 128로 찍힌다. 대부분의 염전은 해수면 아래에 있다.
특히 이곳은 끓어오르는 지열로 온도가 섭씨 47도에 이른다.



인증샷 한 방 박고
염호에 의자를 놓더니 포도주와 푸조(그리스술)을 한 잔씩 돌린다.
첫 날부터 술을 주는 투어에 감동해서 주는 대로 받아마셨다.



소금호수에서 돌아와 오늘 잘 곳이다.(아래 지도의 Berhale)
걍 저 나무 거치대에 아무것도 안 걸치고 누워서 잔다.
그래도 더워 동네 가게에 들러 맥주를 사서 몇 병 더 마시고 잤다.



지도의 Dalol 아래 파란 것이 소금호수이다.
다나킬 지역은 에리트리아 접경지역이라 투어내내 무장경찰들이 투어팀을 보호하며 같이 다닌다.


둘쨋 날은



유황온천 지역, 계란 썩은 유황냄새에 어제 먹은 술이 올라와 이동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
첫날부터 술준다고 감동해서 주는대로 받아 마시지 맙시다 ㅋㅋ



펄펄 끓고 있는 지독한 유황온천, 온천이라고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현지인들은 유황수를 길러서 약용으로 연고처럼 바른다고 하다.



다시 장소를 옮겨



기암괴석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약간 터키의 카파토키아 삘이 난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다 낙타무리를 만났다.



낙타들이 참하게 모여 앉아서 쉬고 있었다.



소금을 채취해서 정육면체 형태로 만들어



기다리던 낙타 등에다 소금덩어리를 싣는다.



옆에 나귀에게도 싣는데 나귀가 덩치에 비해 훨씬 많이 소금덩어리를 나른다.

소금채취장을 나와서 작은 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시원하게 하루의 피로를 풀고



오늘의 숙소, 에티오피아는 어딜 가도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



나름 먹을 만한 저녁, 인젤라와 염소고기다.



바닥에 매트만 깔고 잔다.


셋쨋 날

드디어 화산을 보러 가는 날이다.



서서히 화산지형이 나타나고



중간에 좀 쉬다가



화산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 캠프 마을
마을 뒤로 오늘 저녁 올라갈 산이 보인다.



여기서 해가 질 때까지 쉬다가



몰골이 점점 현지인화 되어 간다.



화산까지 물과 매트를 지고 같이 올라갈 낙타



해가 질 무렵에 화산을 향해 출발했다. 야간이동 4시간여를 걸어서



왼쪽 빨간 별이 오늘 머물 캠프 사이트이고
오른 쪽이 분화구이다.


바로 여기, 이 곳을 보러 온 것이다.


끓는다, 끓어. 지구상에서 마그마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다나킬이 최고였다.


화산 불구덩이를 볼 때마다 느끼는 바는
죄 짓지 말자, 죽어서 심판의 날에 가는 지옥이 바로 저런 곳이리라.
라고 생각은 하는데 얼마 지나면 까먹고 말더라.


그 감동을 되뇌이며 캠프에서 잠들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깨워서 최근 발견된 분화구에 데리고 갔다.

이 화산지대는 매일매일 살아 쉼쉬고 새로운 분화구가 탄생되고 있었다.


날이 밝아 다시 베이스캠프 마을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고 메케레의 숙소로 돌아왔다.


# 팁 이야기 #

투어를 끝낼 때가 되면 항상 팁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할 지 고민에 빠진다.
특히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한두 푼에 목숨 거는 배낭족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아예 원칙을 세웠다.
투어 가격의 10프로 내에서 맘에 드는 가이드에게 주기로.
투어 가격을 최대한 깎아서 여행사 오너에게 갈 돈을 같이 고생한 가이드나 드라이버에게 주면 서로가 기분이 좋아 진다.
우리팀 8명중에 길씨가 최저가로 투어에 참여했고 심지어 600달라를 다 내고온 미국할배는 그 사실을 알고부터 미국식 슬랭 영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
길씨와 같이 움직인 드라이버와 화산등반을 주도한 대장 가이드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고 한국말까지 곧잘하는 솔로몬이라는 착한 보조 가이드 이렇게 세 명이 있었다.
사실 드라이버는 마음에 안들어 주기가 싫었는데 솔로몬에게 물어보니 한 달에 투어 4일씩 일곱 번을 나와서 총 28일을 거의 쉬지 않고 일하는 셈이다.
월급을 얼마나 받는 지 모르겠지만 그 얘기를 듣고 드라이버만 안 줄 수가 없어 세 명 똑같이 200비르씩 팁을 주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얼마나 주나 지켜 봤는데 예전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때는 서양 친구들이 한국이나 일본 배낭족에 비해 훨씬 많은 팁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서 예를 들면 보츠와나 오카방코 투어 후에 길씨는 그래도 10달라 상당의 현지 지폐를 건넸는데 같이 갔던 웨스턴들은 갖고 있는 동전을 다 모아서 팁이라고 주고 있었다.
소위 선진 팁문화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왜 일케 각박해졌는 지 모르겠다.
이번 투어에서도 우리 그룹의 8명의 참가자 중에서 팁을 준 사람은 길씨 밖에 없었다.
가이드들도 팁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가 받아서 그런 지 연신 땡큐를 남발해서 팁을 주는 기쁨을 만끽했다.

에티오피아 수단 이집트 비자 Visa for Ethiopia Sudan Egypt

20160602~20160617


참을 인()으로 만든 수단비자

1년 전 남미에서 남아프리카로 넘어 왔을 때 남에서 북으로 국경을 통해 이동하는 동아프리카 여행은 이집트에서 남아공으로 내려오는 것보다 비자 받기가 훨씬 어렵다고 들었다. 그중에서도 에티오피아 비자는 그 얘기를 들을 당시에는 육로이동을 못하도록 케냐 나이로비의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찾아가도 비자를 주지 않고 항공을 이용한 도착비자를 받게 유도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비자 관계는 그 시기와 어느 국경에서 받느냐에 따라 비용부터 모든 것이 다르다. 인접국가에서 사전 비자를 받더라도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뀐다.
에티오피아 비자 역시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할 때쯤은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몰라 천천히 육로여행을 하면서 나이로비까지 왔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변화무쌍한 비자정책 덕분에 나이로비에서 에티오피아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북수단비자에 있었다.

우간다 캄팔라의 수단대사관을 찾아가 비자를 신청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나이로비에서 받으라고 했다. 나이로비 수단대사관에 찾아갔더니 기본서류를 주며 한국대사관의 초청장을 받아오라고 해서 다음날 모든 서류를 구비해서 다시 갔다. 비자 업무를 오전중에만 해서 아침 일찍부터 미리 준비한 서류를 접수해 놓고 대기실에서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쉽게 비자를 받는구나 생각하고 있을 찰나 비자창구 직원이 길씨가 제출한 서류를 가지고 와서 그대로 돌려주었다. 비자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 무슨 영문인지 비자가 안되면 어제 왔을 때 안된다고 하던지 아님 두 시간 전에 접수할 때 말을 했어야지. 실컷 기다리게 해놓고 그냥 `노`라고 했다.
뭐 잘못한게 있나 싶어 물어봐도 리셉션에서 접수를 했던 사람은 자기는 모르고 일이라고  한다. 사정쪼로 애절하게 물었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담당 영사라도 불러줄 것처럼 얘기를 했다. 또 다시 무작정 기다려도 아무런 대답은 없고 업무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접수창구로 갔다. 혼자 남은 직원은 지금 아무도 없고 자기는 왜 비자가 안되는지 모른다고 똑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럼 도대체 누구한테 물어보란 말이냐?

그동안 여행이라면 누구 못지 않게 해왔고 비자관계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니, 누구에게라도 물어봐야 뭐가 잘못되었고 어떻게 수정보완해야 되는 지를 알 수가 있지. 비자가 안되면 안되는 이유를 말해줘야지 이건 밑도 끝도 없이 이틀을 소비했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리셉션에 달랑 혼자 있는 이 인간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만하고 아는 사람도 지금은 없다고만 한다. 결국 마감시간까지 길씨 혼잣말만 하다 경비에게 끌려 나오다시피 대사관 밖으로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분을 못참고 죄없는 맥주만 병째 들이켰다. 수단은 볼 것은 없어도 사람들은 좋다고 들었는데 이런 정체불명의 무시를 당하다니 이러고도 굳이 육로여행을 고집해서 수단을 가야하나 하는 회의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승부욕 비슷한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일단 에티오피아까지는 가보자, 거기서 다시 수단비자를 신청해보고 안되면 동아프리카 육로여행은 쫑내고 뱅기를 타고 바로 유럽으로 넘어가는 거야.

나이로비에서 2박3일 버스를 타고 에티오피아에 도착하자마자 아디스아바바의 수단 대사관으로 달려 갔다. 먼저 국적부터 밝히고 수단비자를 만들 수 있냐니까 이집트비자부터 만들어 오라고 했다. 그 날이 금욜이라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 아침 일찍 이집트 대사관을 찾아갔다. 접수는 오전중에만 받고 처리기간 이틀 뒤 오후에 찾아가라고 했다. 결국 도착해서 일주일만에 국경에서 25달라면 받을 수 있는 이집트 비자를 근 40달라나 주고 받아서 다시 수단대사관을 찾아갔다.

서류작성을 도와주는 안내인도 있고 순조롭게 모든 것이 진행되는 듯하다가 영사로 보이는 사람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스폰서를 물었다. 그러니까 수단내의 수단인 보증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보는데 머물 숙소의 연락처와 주소를 준비해 갔지만 스폰서까지는 예기치 못했다.
수단은 처음 가는 곳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호텔주인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방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호텔주인 이름을 어떻게 아냐고 약간 따지듯이 되물었다.
정말 약간 따지듯이 최대한 겸손하게 물었다고 생각한다. 그랬더니 이 자가 갑자기 지금까지 작성하던 서류를 길씨의 면전에서 찢어버리면 리스펙트라고 말하며 비자를 줄 수 없다고 한다.
무신 이런 리스펙트가 있나? 순간 어안이 벙벙하고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뻥쪄 있는데 자기나라 규칙이니 따지지말고 리스펙트하란 말이다. 지금 누가 누구를 리스펙트 안하고 있는 건지?
와, 정말 아니 뭐 이런 호랑말코, 개똥쥐바퀴 같은 써글 넘이 있나, 갑자기 분노지수가 치올라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폭발하기 직전까지 갔다. 수단에서 무슨 영광을 볼 거라고 이런 수모를 겪고 너희 나라에 돈까지 써가며 꼭 가야하나? 이 노무 북수단 비자 하나 때문에 우간다에서 부터 돈은 돈대로 길바닥에 뿌리고 왔는데 확 그냥 다 때려치우고 여기서 한바탕 하고 끝장내부러. 거의 꼭지가 돌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순간 영사란 넘이 뭔 사고라도 칠듯한 길씨의 표정을 봤는지 아니면 자기도 너무 했다고 생각이 들었던 지 찢어진 서류를 책상 위에 얌전히 내려 놓았다.

참자, 참자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다.
그래도 찢어서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지는 않았잖아?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딱 한번만 더 참자면 어금니를 깨물고 벌겋게 달아오른 분노지수를 억지로 내렸다.

알았다고 스폰서 찾아본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떡하지? 지금 수단의 숙소에 전화해서 주인 이름 뭐냐고 물을 수도 없고 전화가 된들 예약도 안된 사람한테 주인이름을 알려줄 리가 없다. 미리 알았다면 구글링해서 수단 사람 이름 중에 아무나 적어서 왔을텐데 여기서 인터넷 검색도 안되고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것들이 머리속을 휘젓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몇달 전에 수단에서 숙박지등록을 하신 한국여행자 한 분이 떠올랐다. 그분이 호텔영수증을 페이스북에 올려놨고 나중에 길씨도 거주지 등록할 때 참고하려고 캡쳐해둔 사진이 생각났다. 스마트폰에 캡처된 사진을 찾아내어 훑어 보니 숙박자 이름만 영문이고 나머지는 아랍어로 되어 있었다.
영사한테 그 사진을 내밀고 내 친구가 이 호텔에 묵었고 사장도 잘 안다고 말했다. 한참을 영사가 사진을 보더니 `오케이`라고 하며 왜 미리 보여주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아랍어로 되어 있는 무언가를 비자서류에다 적더니 됐다고 내일 비자를 찾으러 오란다.
헉, 어떻게 급반전이 된거지? 짐작컨데 호텔영수증에 아랍어로 호텔 주인이름의 사업자명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기회에 사진을 올려주신 여행자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하나도 건너뛰지 않고 일일이 겪고나서 다음 날 길씨는 나이로비에서 받는 것보다 더 비싼 가격의 수단비자를 획득했다.

수단 비자를 얻고도 안심이 안되어 수단에 있는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거기서 수단인들의 한국비자 신청에 관한 조건과 서류를 보았다.
수단인들이 한국방문을 위해서 길씨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복잡한 것들을 준비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비자에 필요한 서류와 작성방법등을 사진과 함께 아래 글에 정리했다.


# 나이로비에서 에티오피아 비자 받기 #

지도의 나이로비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찾아가면 영사업무를 하는 곳이 있다. 거기 창구에 가서 여행자비자에 대해 물어보면 일단 영사와 인터뷰를 시켜준다. 여행목적 등 간단한 질문을 하고 접수에 필요한 서류를 준다. 이 서류를 작성하고 나면 한국대사관의 초청장과 함께 영사업무를 하는 곳이 아니라 근처에 다른 건물인 대사관 관저로 보낸다. 거기 경비실에서 서류를 접수하고 에티오피아 대사의 추천 확인도장을 받아 다시 처음의 영사업무를 하는 곳으로 가면 은행에 납부할 용지를 준다.
대사관을 나와 근처 지정은행에 가서 비자피로 미화 40달라를 납부하고 영수증을 가지고 돌아가면 여권에 비자를 붙여 돌려준다.
영사업무를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만 하니까 하루안에 끝내려면 미리 한국대사관 초정장을 준비해서 가야된다.
초정장은 한국대사관을 찾아가서 여권과 여행일정만 적어주면 바로 만들어 준다.


 
나이로비 각국 대사관 위치


맨 위 지도의 1번 한국대사관 확대 위치

1번은 한국대사관, 2번은 에티오피아 대사관, 3번은 북수단대사관
4번은 나이로비 왠만한 곳을 다닐 수 있는 힐튼호텔 근처 버스정류장
시간이 촉박하면 500케냐씰링 아래로 흥정해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나이로비 전역을 다닐 수 있다.


에티오피아 대사관은 시내 숙소에서 30분 정도 거리라 걸어서 갔는데 주의해야할 점은 빨간 화살표쪽으로 걸어가면 지도에 나와 있는 길이 안보이고 엄청 돌아서 간다. 반드시 파란화살표쪽으로 걸어가야한다.
1번이 영사업무를 하는 곳이고 한국대사관 초청장을 미리 준비해서 가면 2번 대사관저로 보낸다. 거기서 확인도장 받고 다시 1번으로 가면 비자납부 쪽지를 주는데 종이를 받아 3번 cba 은행에 가서 납부하고 영수증을 받아 다시 1번 영사과에 가서 비자를 받는다.

* 에티오피아 비자는 에티오피아 입국부터 유효기간이 적용 되지않고 비자를 받는 날부터 계산한다. 인터뷰 때 영사가 미리 얘기해주는데 비자를 받으면 유효기간부터 먼저 확인하시라. 간혹 3개월짜리 비자를 받았는데 비자에는 1개월 유효기간이 적혀 있을 수도 있다. 싱글 엔트리 한 달짜리 비자가 미화로 40달라이다.


# 아디스아바바에서 이집트 비자 받기 #

수단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이집트 비자가 먼저 있어야 된다.
아디스아바바의 이집트대사관에 가면 비자 접수는 오전중에만 하고 처리기간이 있어 이틀 뒤 오후에만 받을 수 있다.
준비물로 기본서류 한 장, 사진 2장, 여권 전면 복사 한 장, 황열병 증서 카피, 비자피 700비르 그리고 특이하게 에티오피아 은행에서 환전한 영수증이나 은행 ATM 출금 영수증을 요구했다. 다행히 길씨는 국경을 넘을 때 은행에서 환전을 하고 영수증을 챙겨 둔 게 있어 제출할 수 있었다.


아디스아바바 대학 근처에 있다. 비자접수를 한 후 대학교도 둘러보고 국립박물관까지 걸어서 다닐만 하다.



# 아디스아바바에서 수단 비자 받기 #

이집트 비자를 만들고 그 면을 카피해서 수단대사관에 가면 영사업무하는 곳에 비자 서류작성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시키는 대로 준비해간 서류를 주면 아랍어로 기본서류를 작성해 접수 시켜 준다.
그리고 앞에 말한 영사와의 인터뷰가 시작되는데 수단내의 숙소 연락처 주소는 물론 스폰서를 꼭 물어본다.
스폰서는 수단인 보증인을 말하는데 처음 가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따로 방법은 없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단 사람 누구라도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 다행히 인터뷰하는 영사가 수단에 전화해서 직접 확인하지는 않는다. 아무 수단인이나 말하기 정 꺼림칙하면 수단 카르튬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터뷰한 영사가 다시 서류를 수정해서 접수하고 비자피 68달라 내고 서류작성비 15비르 내면 다음날 오후 3시에 와서 찾아가라고 한다.
수단비자는 15일짜리 트랜짓비자이고 수단입국시 3일안에 거주지등록을 해야되는데 수단 이미그레이션에서 420수단파운드를 내고 입국장에서 바로 할 수 있었다.

준비물 : 이집트비자 카피 한 장, 사진 2 장, 여권 앞 면 등.



Tegbared 경전철역에서 내려 아래 빨간점쪽 도로변으로 걸어가야 된다.


* 수단비자는 나이로비에서 받을 수만 있으면 비용이나 모든 면에서 훨씬 낫다. 길씨의 경우 이유도 모르고 거부당했지만 같은 시기 일본친구들은 별 어려움 없이 받았고 몇 달 전에 한국 사람 한 분도 받은 적이 있다. 나이로비에서 받으면 비자피가 5,000 케냐씰링으로 훨씬 싸고 아디스아바바에서 수단비자를 받기 위해 비싼 이집트 비자를 미리 받을 필요가 없고 국경에서 싸게 이집트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아래 빨간 점이 나이로비에 있는 수단대사관이고 1번이 버스내리는 곳 파란화살표를 따라가면 한국라면 등을 살 수 있는 야야쇼핑몰이 있고 2번 주변에 한국대사관 근처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 이동정보 #

~ 나이로비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케냐 - 에티오피아 국경, 모얄레국경)

앞의 포스팅에서 장구하게 적은 글을 정리하면

나이로비에서 오후 다섯 시에 출발하는 모얄레 스타버스(차비 2,500케냐씰링)를 타고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모얄레 국경에 도착한다. 8시부터 문을 여는 케냐 이미그레션에서 출국도장 받고 에티오피아 입국도장 받고 거기서 Yabelo 야벨로까지 미니버스(차비 80, 짐값 20)로 간다.
야벨로 분기점에서 Hagere Maryam 버스터미날까지 미니버스(차비 35)를 타고 간다.
터미날에서 대형버스(차비 50)로 최악의 먼지구덩이 도로를 네 시간 정도 달려 Dilla 딜라에 저녁 일곱 시가 넘어 도착했다. 근처 로칼숙소(80비르) 아무 곳이나 찾아서 하루 자고 아침 5시에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대형버스(차비 110) 탄다.
버스에 별 다른 사고가 없다면 오후 2시쯤 아디스아바바의 장거리 버스터미날에 도착한다.
터미날 근처에 경전철(2비르)을 타고 종점인 Minilik 미니릭까지 가면 배낭족 숙소가 많은 파이샤(시내중심광장)에 갈 수 있다.

빨간 화살표를 따라 국경에서 부터 아디스아바바까지, 파란 글씨가 버스를 갈아탄 곳이다.
야벨로 분기점에서 왼쪽 파란 화살표는 에티오피아 원주민을 보러 가는 콘소 방향.

Hagere Mariyam에서 Dilla까지 최악의 먼지구덩이 도로를 4시간 정도 달린다. 버스안에서쉼쉬기조차 힘드니 반드시 마스크나 마후라를 준비해야 된다.


~ 곤다르에서 카르툼까지(에티오피아 - 수단 국경, 메테마국경)

Gondar 곤다르 버스터미날에서 Metema 메테마 국경까지 가는 미니버스(짐값포함 120비르)를 탄다.
버스는 국경까지 간다고 하고선 이미그레션에서 2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춘다. 왜 국경까지 가지 않냐고 따지면 옆에 있던 아주 친절한 에티오피아 사람이 이미그레션까지 툭툭을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한다. 남은 에티오피아 돈은 없고 이들과 같이 툭툭을 타면 곧 본색을 드러낸다. 국경에 서식하는 환전삐끼들이다. 수단의 암환율을 몰랐던 길씨는 이들의 제시한 환율에 혹해 150달라나 환전하고 말았다. 같은 삐끼라도 국경을 넘어 수단쪽 삐끼들이 환율을 좀 더 쳐준다. 거주지등록을 하려면 수단파운드가 필요하니 국경을 넘어 수단쪽 삐끼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돈만 환전시길.  에티오피아 출국수속을 마치고 수단입국장에 가면 바로 거주지등록 부터하라고 한다. 410 수단파운드와 복사비 10파운드 총 420파운드를 내면 입국스템프와 수단비자 옆에 거주지등록 영수증을 붙여준다. 이게 없으면 수단을 출국할 때 애로사항이 많다.

웬만하면 수단 국경도시 Gallabat 갈라밧에서 자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Kartoum 카르튬으로 출발하는 대형버스를 타는 게 좋다.
길씨는 거주지등록과 입국도장, 세관짐검사, 보안검사 총 세차례의 국경수속을 다 끝내고 나니 오후 두 시가 넘어서 자고 갈까하다가 친절한(?) 삐끼들이 당일에 카르튬까지 갈 수 있다는 말에 중간도시 Quadarif 과달리프까지 가는 미니버스(차비 짐값 45)를 탔다.
버스는 오후 6시쯤 과달리프에 도착해서 다시 거기서 중형버스(차비 120) 갈아타고 그 다음날 새벽 2시에 카르튬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이 숙소에서 멀어 다시 툭툭(차비 40)을 타고 카르튬 유스호스텔(아래 숙소 지도 참조)에 갈 수 있었다.


위 빨간 사각형은 강북에  북부터미날이고 아래 빨간 점이 카르튬 유스호스텔

다행히 라마단 기간이라 사람들이 낮에는 자고 밤늦게까지 활동해서 가게들이 연 곳이 많고 가로등 불빛이 밝아 밤거리가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 환전시 요주의 *

20160629에 수단에 입국 했습니다. 고정환율이 1달라에 6수단파운드로 알고 있었고 수단을 다녀온 누구도 암환율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에티오피아에서 수단으로 넘어올 때 환전삐끼가 1달라에 9수단파운드까지 해준다는 말에 무려 150달라나 환전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여기 수도 카르튬에 와서보니 길거리 암환율이 1달라에 14수단파운드까지 환전이 가능합니다. 뒤에 오시는 님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마시길.
근디 일케 고정환율과 암환율이 두 배이상 나면 경제파탄은 물론이고 폭동이라도 일어날 조짐이 보인는데 여기 수단은 평화롭기만 하네요.
참말로 이상타. 왜 아무도 미리 얘기 안해준거여. 배낭족한테 150달라면 엄청 큰 돈인데 ... 쩝.


2016년 6월 수단환율
공식환율 1달라 = 6파운드, 국경환율 1달라 = 8~9파운드, 카르툼암환율 1달라 = 14파운드



~ 카르튬에서 아스완까지(수단 - 이집트 국경)

카르튬 북부터미날 Shendi Station에가면 와다할피가지 가는 버스와 이집트 아스완까지 가는 국제버스가 있다.


사실 이 두 버스는 같은 노선의 버스이다. 국제버스를 타도 결국 Wadi Halfa 와다할파에 내려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여섯 시 Aswan 아스완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한다. 국제버스 표를 사는 게 약간 저렴하다.
보통 카르튬에서 아스완가는 버스가격이 400수단파운드 부르고 길씨는 370수단파운드에 샀다.
중요한 것은 와디할파에서 출국세로 버스회사에 150수단파운드를 내고 이집트 입국시 국경에서 이집션 파운드로 80파운드를 입국세 비슷한 명목으로 준비해야 된다.
와디할파에서 환전상이 100달라를 1,000이집션 파운드에 바꿔주는데 이집트의 아스완 암환전율과 별차이가 없다. 미리 이집션파운드를 준비해야 입국세(?)를 낼 수 있다.

수단 출국도장을 받고 나와서도 세밀한 짐검사를 끝낸 후 국경을 넘어 드디어 이집트에 입국했다.
그러나 그동안 여행했던 어느 나라보다 더한 최악의 입국장을 만나게 된다.
와디할파에서 출발한 국제버스가 동시간대에 10대 정도 이집트 이미그레션에 몰리는데 입국사무실에 달랑 비자창구 하나만 있다.
근 500명의 사람들이 입국도장을 받으려고 이건 뭔 난민들도 아니고 딱 하나의 창구에서 폭동에 가까운 아귀다툼을 한다.
여기서 25달라에 이집트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아싸리판 현장을 지켜보니 아디스아바바에서 비싸지만 미리 이집트비자를 받아오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침 10시에 도착해서 모든 승객들이 입국도장을 받고 다시 버스에 탈 때 오후 4시가 넘어 가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나일강 선착장에 가면 버스를 실어나를 대형보트가 온다. 강을 건너 아부심벨쪽에 내려 다시 버스를 달려 아스완에 도착하면 저녁 10시가 되었다.
수단의 카르튬에서 부터 국경을 넘어 아수라장인 입국장을 같이 겪고 기나긴 시간을 버스안에서 같이 지내다보니 승객들이 모두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가족처럼 되어 헤어질 때 섭섭하기까지 했다.


# 숙소정보 #

Addis Ababa 아디스아바바

배낭족들이 주로 찾는 파이샤 근처의 숙소



빨간 숫자
1번은 미니릭 경전철역 1회 탑승권 2비르
2번은 타이투호텔 싱글룸 200부터 와이파이 유료
3번은 바로호텔 싱글룸 230부터 와이파이 무료
4번은 우투마호텔 싱글룸 260부터 와이파이 무료
5번은 토모카까페


Kartoum Youth Hostel 카르튬 유스호스텔


그나마 카르튬에서 제일 저렴한 50수단파운드의 도미토리를 운영한다. 다른 곳은 배낭여행자에게 비싼 호텔급 가격이다.


Wadi Halfa 와디할파


와디할파에는 작은 호텔이 몇 개 있는데 가격만 비싸고 어차피 눈만 붙이고 다음 날 일찍 출발할거라 로칼들이 하룻밤 머무는 곳에서 잤다. 위 사진을 보여주면 어디에 있는 지 알려준다. 방이 아니고 베드당 30수단파운드를 받는다.


큰 홀이나 마당에서 침대에 몸만 누이고 하루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