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4, 2017

올드보이를 위한 배낭여행안내서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번 여행만 계산해도 햇수로 사 년이 되어 간다.

이토록 기나긴 여행을 하면서 밝혀낸 진실을 이제야 말해야겠다.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각국의 여행자들과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몇 가지가 있다.

How many country have you been traveling? 그리고 How long?

이 두 질문에 관해서는 준비된 답이 있다.

How many? 라고 물으면 그대로 받아서 many 라고 답하고 How long? 이라고 물으면 간단하게 long 이라고 대답한다.

상대방이 장기여행자라면 얼마나 많은 나라를 오랫동안 다녔는지 알고 싶을 수 있다.
질문의도를 모르지 않지만 계속 반복되는 똑 같은 질문을 받다보니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답이 many 와 long 이 되어버렸다.

배낭여행 초창기에는 다닌 나라의 수가 많지 않아서 혹여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일일이 나라수를 세어가며 성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다 여행이 장기화되면서 수많은 나라를 방문한 후 이 질문이 이치에 맞는 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먼저 나라수를 셀 때 국제연합에 등록된 국가들만 해당하는 건지 아니면 비공인 국가까지 넣어야 하는 지 또는 얼마나 그 나라에 머물다 떠나야 한 나라를 여행했다고 할 수 있는 지를 정의내리기 어렵다.

여행을 하다보면 한 나라에 하루도 머물지 않고 통과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까지 더하자면 여행을 하는 것이 마치 다닌 나라 수를 불리기 위한 듯이 보인다.

드물지만 얼마나 많은 나라를 다녔는가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여행자그룹도 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stamp collector 스탬프 콜렉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이 부류의 여행자는 여권에 방문국의 입국도장만 받으면 이미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바로 출국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여행의 목적이 여권에 얼마나 많은 입국도장을 받을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현대는 다양한 나름대로의 여행이 존재하니까 굳이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입국도장을 받기 위해 그 많은 나라의 비자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many 나 long 으로 단답형이 되어 버린 가장 큰 이유는 여행에 있어서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나라를 다녔는지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예를 들면 한 여행자가 삼 년에 걸쳐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을 여행하다가 위의 질문을 받게 되면 총 삼 년 동안 방문한 나라는 겨우 사 개국이 된다.
이 네 나라를 제대로 구석구석 여행하려면 각 나라를 일 년씩 잡고도 한참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유럽 특히 동유럽을 중심으로 소련 붕괴 이후의 새로 독립한 다닥다닥 붙어있는 나라들만 열심히 달리면 삼 개월 안에 근 삼십 개국을 방문할 수 있다.

이렇게 수치적인 계산만 해봐도 얼마나 많은 나라를 다녔는지는 의미가 없어진다.

How many country 가 아니고 How many cities? 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나라를 오랫동안 여행을 했느냐가 여행을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일개인이 여행에 도움을 주는 그 어떤 후원도 없이 국경을 넘는 육로여행 방식의 배낭여행으로 귀국하지 않고 삼 년 동안 다닐 수 있는 나라의 수는 최대한 많이 잡아도 80 여 개국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한다.

위의 두 질문이 끝나면 그 다음 질문은 예측이 된다.

그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은 지를 꼽아보고 추천해 달라고 한다.

사실 이 질문이 제일 막연하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질문자가 구체적으로 장소나 시기를 제시하고 물어보면 가이드북에 없는 실시간 정보와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해서 얘기할 수는 있다.

이런 이야기를 잘할 수 있어야 유명작가가 되는데 똑 부러지게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는 왠지 아직도 어색하다.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 없지는 않지만 가장 강열하게 기억하는 곳은 특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기보다는 가장 위험하고 괴로웠던 곳이 먼저 떠오른다.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만 말해버리면 그 이면에 있는 것들, 거기까지 가기위해 겪어온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들을 애써 말하지 않고 숨기려한다는 느낌이 든다.

타고난 천성인지 세상풍파에 닳고 닳아서인지 여행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야 되는데 항상 부정적인 것부터 말하게 된다. 이래서 유명작가가 못 되지 싶다.

다른 여행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저런 여행지에 대한 호불호를 각자 나름대로 설파하고 나면 결론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점차 자리가 무르익으면 왜 여행을 하는 지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여행하면서 얻은 게 어떠한 것인지 좀 더 형이상학적인 물음이 오가게 된다.

여행하면서 얻은 게 뭔가요?

이런 심각한 질문에도 크게 기대할 필요가 없는 대답이 준비되어 있긴 하다.

단 세 마디로 요약하자면

남은 것은 악, 깡, 그리고 잔머리뿐이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소개되는 여행기에도 자주 나오는 구절을 미리 하나 소개하자면

`여행은 삐끼와의 전쟁이다.`

그렇다, 이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악, 깡, 잔머리 없이는 장기적으로 배낭여행을 할 수 없다.

그 오랫동안의 고난과 시련의 여행으로 이 세 가지만 남게 된다면 굳이 여행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차라리 모든 것이 갖추어진 집안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불후의 명작 소설 어린왕자를 세 번 정도 정독하는 게 수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얻는 세상의 이치보다 훨씬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왜 여행을 하나?

결국 또 다시 끝없이 순환되는 선문답이 되어 버렸다.

I just travel to travel.

여행하려고 여행한다.

여기까지가 미리 준비된 현문에 대한 우답이다.

자, 이제 배낭여행 각론으로 들어 가보자.

여행 각론은 아래의 총 아홉 개의 챕터로 정리했다.

각 파트는 주제별 해설과 여행실전으로 되어 있다.

여행실전은 여행하면서 알아두면 한 번은 써먹을 만한 여행팁과 실제 예제가 되는 어느 올드보이의 동아프리카 실시간 배낭여행기로 이어진다.


배낭여행 각론

1 배낭여행자의 안전 Backpacker's safety

2 배낭여행자의 숙소 Backpacker's place to stay

3 배낭여행자의 언어 Backpacker's Language

4 배낭여행자의 음식 Backpacker's food

5 배낭여행자의 장비 Backpacker' gear

6 배낭여행자의 만남 Backpacker's meeting

7 배낭여행자의 놀이 Backpacker's activity

8 배낭여행자의 운명 Backpacker's destiny

9 배낭여행자의 글쓰기 Backpacker's posting



당부말씀

윗글과 앞으로 소개될 글들은 책으로 발행되면 유료화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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